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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영화 '남쪽으로 튀어' 세상에 반기든 유쾌·통쾌 가족이 온다


"남하고 달라도 상관없어. 비겁한 어른만 되지마."

한 때 운동권에 몸 담았던 마흔 여섯 중년의 가장 최해갑(김윤석 분). 정돈되지 않은 수염, 변변한 밥벌이 수단도 없는 백수에 가까운 영화감독이지만 할 말은 하고 산다. 월드컵·올림픽 때만 솟구치는 얄팍한 애국심에는"뭔 놈의 애국심이 4년 만에 한번씩 돌아오냐"며 일갈한다. 최해갑에게는 학교 교장 앞에서 촌지 문제를 꼬집는 만만치 않은 아내 안봉희 여사와 1남 2녀가 있다.'가지지 말고 배우지 말자'라는 독특한 가훈 아래 이들은 나름의 행복을 찾아 최해갑의 고향 들섬으로 내려온다. 들섬은 제도와 관습, 답답한 세상의 굴레를 벗어 던진 이상향이다. 푸르른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생선과 밭에서 갓 딴 호박잎과 된장찌개로 한 끼 식사를 대신한다.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지만, 단칸방에 네 식구가 서로 살을 비비며 온기를 나누고 소박한 행복을 일궈간다. 그러나 들섬은 곧 리조트 개발 이권을 노린 섬 출신 국회의원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만다. 의원은 편법을 동원해 마을 주민을 내쫓으려 하고, 최해갑의 집에도 우락부락한 모습의 사설경비업체와 굴삭기가 들이닥친다. 부당함을 묵인할 수 없는 최해갑과 그의 가족은 그들만의 방법으로 사건 해결에 나선다.

영화'남쪽으로 튀어'는 88만원 세대와 경제 양극화, 세대 갈등 등 때로는 버겁고 견디기 힘든 답답한 현실을 유쾌하고 통쾌한 웃음으로 비튼 치유 영화에 가깝다. 일부 비현실적인 대목이 있기도 하지만, 으레'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믿는 것들에 당당히 반기를 들고 실행해 옮기는 최해갑의'다른 삶'은 보는 이들에게 왠지 모를 대리만족을 느끼게 한다. 젊은 시절 지키려고 했던 가치와 그것과 다른 현실에서 오는 괴리감을 최해갑이 내뱉는 시원한 쓴 소리가 해소해 준다.



영화는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오쿠다 히데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주인공의 캐릭터 설정과 큰 뼈대만 남기고 이야기의 구체적인 에피소드는 한국의 현실에 맞게 각색했다. 리조트 개발을 둘러싼 이권 다툼, 민간인 불법 사찰 등 영화에는 무거운 소재들이 종종 등장한다. 그러나 연출을 맡은 임순례 감독은'와이키키 브라더스''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등 전작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그만의 색깔로 가볍고 희망차게 풀어나간다. 임 감독은 언론 시사회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결코 가볍지 않은 소재, 그러나 누구나 겪는 고민들을 무겁지 않게 최대한 유쾌하게 접근하려고 했다"며"고향 섬이 난 개발 되는 상황 등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회 문제에 대해 관객과 공유 지점이 많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쪽으로 튀어'는 간만에 맛보는 인공조미료 없는 정직한 상업영화다. 6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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