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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후순위채 '없어 못판다'
입력2000-03-08 00:00:00
수정
2000.03.08 00:00:00
성화용 기자
시중은행의 후순위채권이 창구에서 날개돋친듯이 팔려나가고 있다.발매 당일 1시간만에 1,000억원어치가 다 팔려 고객들의 항의가 이어지는가 하면 500억~1,000억원을 증액해도 그 다음날이면 매진되는 등 지난 한달새 8,000억원이 넘는 판매액을 기록하고 있다.이같은 폭발적인 인기는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데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은행 후순위채 창구판매가 대성공을 거두자 투신등 다른 금융기관들도 하반기로 잡았던 종합과세 대응 상품 출시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금융권에 때 아닌 「분리과세 열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하나은행이 첫 창구판매의 길을 열어 지난 2월초 1,000억원을 추가 발매한 데 이어 신한 1,500억원,외환 1,500억원,한미 1,000억원, 국민 2,000억원등 대규모 후순위채 발행분이 모두 동이났고, 이날 3,000억원 한도로 발매를 시작한 한빛은행도 하루동안 1,000억원어치가 팔려나갔다.
후순위채 매입 고객은 거의 전부가 개인이며, 1인당 평균 매입액은 신한은행이 1억1,600만원,외환은행이 1억3,500만원, 하나은행이 2억원등 모두 1억원을 넘어 일부 부유층의 경우 후순위채를 사들이는 데 혈안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판매한 한미은행은 문을 연지 1시간만에 매진돼 뒤늦게 방문한 고객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으며, 외환·국민은행 역시 발행 당일 몇시간만에 동이나 각각 500억·1,000억원씩 증액하기도 했다.
고객들이 몰리면서 「예약판매를 하면 안되겠느냐」는 요구가 들어오는가 하면 수십억원의 뭉치돈을 들고 찾아오는 고객이 늘어나는 등 일부 은행에서는 개인들의 후순위채 매집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후순위채가 불티나게 팔리는 것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금융소득 종합과세의 세원으로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분리과세시 약 7% 가량 절세가 되기 때문이기도 있지만,기본적으로 종합과세 리스트에 소득이 많이 잡히는 것을 꺼리는 자산소득가들의 성향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후순위채는 국공채등 일반 채권에 비해 0.5%포인트 이상 금리가 높은 데다가 만기까지 환매가 불가능한 대신 만약의 경우 「가압류」등 법적조치의 대상에서도 제외된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지난해 1·4분기동안 거의 팔리지 않았던 산업은행의 산업금융채권이 올들어 약 8,000억원어치나 팔린 것도 같은 배경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의 후순위채 판매로 인해 거액 고객들이 벌써부터 종합과세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자 투신, 보험등 다른 업종 금융기관들도 「분리과세」를 노린 상품을 조기에 출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한투신 관계자는 『당초 하반기에나 종합과세 대응상품을 내놓으려고 계획했었으나 의외의 결과를 보고 다시 검토하고 있다』며 『분리과세형 장기상품이 당분간 금융기관들의 화두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성화용기자S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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