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옵션 차익 노린 의도된 작전

지난해 11월 11일 대량 현물 매도로 주가지수가 급락하는 ‘옵션쇼크’는 처음부터 치밀하게 계획된 시세조종행위로 드러났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에 따르면 도이치은행 홍콩지점 지수차익거래 담당자 3명과 한국 도이치증권 파생상품 담당 임원은 지난 11월 11일 오후 동시호가 직전인 2시19분부터 30여분 동안 이날 만기가 도래하는 코스피200옵션으로 합성선물을 매도(콜옵션 매도+풋옵션 매수)하고 풋옵션을 매수하는 투기적인 포지션을 구축했다. 이후 장마감 동시호가 시간에 지수차익거래를 통해 보유하고 있던 코스피200종목 주식 전량을 직전가 대비 4.5~10% 낮은 가격(총 2조4,424억원)으로 7회에 걸쳐 팔아 치웠다. 이 결과 코스피200지수는 순식간에 2.79% 하락하게 됐으며 이에 따라 이들은 사전에 의도적으로 구축한 포지션을 통해 448억7,873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증선위는 이 과정에 개입한 직원 4명과 시세조종행위 내용을 보고받고 지시한 뉴욕 도이치은행증권 글로벌지수차익거래 책임자를 검찰고발하기로 했다. 이번 시세조종의 창구 노릇을 한 한국도이치증권은 내부통제 관리와 감독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검찰 고발하고 ‘자기매매업의 증권거래ㆍ장내파생상품거래 및 위탁매매업의 증권DMA(딜러를 거치지 않고 시스템을 통해 바로 주문하는 방식)주문’영업을 오는 4월부터 6개월간 정지시켰다. 도이치뱅크의 경우 시세조종의 자금원이자 부당이득의 수혜자이지만 본사가 직접 개입한 사실이 밝혀지지 않아 검찰에 고발하지 못하고 통보만 하기로 했다. 최규연 증선위 상임위원은 “도이치뱅크 본점 역시 상당한 혐의가 있을 것으로 보이고 일부 감독책임도 있지만 이를 규명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옵션쇼크’수사에 들어가게 되면 최종 판단은 법정에서 다뤄지게 된다. 앞서 도이치측은 증선위에 앞서 열린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자조심)에서 법무법인 김앤장을 내세워 정상적인 헤지(방어)거래임을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한 만큼 만만치 않은 법정다툼이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 도이치증권은 이번 영업정지로 큰 손실이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주식워런트증권(ELW) 영업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도이치증권은 국내증시에 187개 ELW를 상장시켜 이에 대한 유동성공급자(LP)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KRX)도 오는 25일 시장감시위원회를 열고 도이치증권 서울지점이 ‘옵션쇼크’ 당시 프로그램 매매물량 신고를 지연한 데 대해 제재방안을 발표키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KRX가 도이치증권에 대해 사상 최대규모인 2억5,000만원 이상의 제재금을 물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도이치뱅크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 금융 당국의 이번 제재 조치를 매우 유감스럽게(disappointed) 생각한다”며 “향후 사법 당국 수사에 지속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