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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거둔 100승이 아닙니다. 주위에서 고통과 기쁨을 함께 해주었던 많은 분 들께 감사합니다.” 5일 카우프만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원정경기에 승리, 94년 메이저 리그 데뷔 후 12년만에 통산 100승 고지에 올라선 박찬호(32ㆍ텍사스 레인저스)는 그 동안의 숱한 고난과 위기가 떠오르는 듯 담담하게 100승 기록 소감을 밝혔다. 메이저 리그 통산 542번째, 동양인으로는 두 번째 100승 기록을 세운 박찬호의 전적은 100승 73패에 방어율 4.22이다. 그러나 이날 박찬호의 플레이만 보더라도 100승 고지 정복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2회까지만 무려 8안타를 맞으며 크게 흔들려 2회말 스코어는 0대4. 100승 기록이 요원해 보였다. 그러나 3회 초부터 타선이 폭죽처럼 터지기 시작했다. 로드 바라하스의 솔로 홈런으로 포문이 열렸고 마크 테세이라와 행크 블레이락의 연속 2루타로 2대4까지 추격한 텍사스는 알폰소 소리아노의 2점 홈런으로 순식간에 경기를 동점으로 만들었다. 정신 없이 얻어맞던 박찬호도 3회부터 안정을 되찾았다. 3회 선수 타자 맷 스테이스를 볼넷으로 출루시켰지만 에밀 브라운을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냈고 이후 4회 2사까지 4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쓸어버렸다. 4회 마이클 영의 적시타로 경기를 5대4로 뒤집은 텍사스는 5회초 마크 테세이라의 3타점짜리 싹쓸이 2루타 등 6안타를 몰아치며 6득점, 11대4로 멀찌감치 달아났다. 박찬호는 5회 2사 후 스테어스에게 볼넷을 내준 후 연속 3안타를 맞고 2실점, 11대6으로 쫓겼으나 계속된 2사 1ㆍ2루에서 알베르토 카스티요를 2루수 직선타구로 잡아내며 승리투수 자격을 갖췄다. 결국 텍사스는 14대9로 승리, 박찬호에게 100승 대 기록을 선물했다. 박찬호는 이날 최근 5연승을 포함, 올 시즌 6승1패에 방어율 5.09가 됐다. 볼넷 2개에 탈삼진 5개였으며 투구수 107개 가운데 70개가 스트라이크였다. 최고 구속은 시속 151km(94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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