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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롯데의 꿈] 신 총괄회장 직접 챙긴 호텔사업도 삐걱

팔순때도 사다리 오르내리며 열정 보여

'일본기업 색안경'에 사업 곳곳 제동 조짐

"한국에 일류호텔 만들고 싶다"… 70년대 반도호텔 인수로 시작

복도 천장까지 깨가며 애착

호텔 매출 95% 달하는 면세점, 국적 논란에 재입찰 먹구름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 1층 벽면에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꿈을 담은 글귀가 그의 얼굴과 함께 새겨져 있다. 신 총괄회장은 "언제까지 외국 관광객에 고궁만 보여줄 수 없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건축물이 있어야 한다"며 최고층 건물을 건물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이호재기자

지난 1979년 당시 개관을 앞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건물을 완성한 후 처음으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방문했다. 온 임직원이 긴장한 가운데 신 총괄회장은 뜬금없이 주문했다.

"복도의 천장을 깨시오."

담당 직원이 영문을 모른 채 천장을 부수자 신격호 회장은 뚫린 곳에 손전등을 비췄다. 방화 장치가 제대로 설치돼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한 신 총괄회장은 그제야 손전등을 넘기고 자리를 떴다.

아무 말도 않는 것이 곧 신 총괄회장의 칭찬이었다.

그는 롯데호텔 리뉴얼 공사를 진행하던 2001년 11월에도 갑작스레 공사 현장을 찾았다. 공사 현황을 둘러보고 안전을 당부하기 위해서였다. 신 총괄회장은 이미 팔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공사 현장의 근로자들과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은 롯데그룹이 호텔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모든 일을 도맡았다.

롯데그룹은 1970년대 경영실적이 악화된 '반도호텔'을 인수하면서 호텔업에 뛰어들게 됐다.

반도호텔을 헐기 전 신 총괄회장은 전 세계의 고급 호텔을 순회했다. 어떤 호텔을 지어야 할지 구상하기 위해서였다.



신 총괄회장은 이후 다이아몬드와의 인터뷰에서 "호텔업은 이익을 내기 어렵기는 하지만 한국에 일류 호텔이 없어 장래성이 있다고 봤다"며 "호텔업은 전혀 몰라서 세계의 일류 호텔을 다녀보고 공부한 뒤 일본의 데이코쿠호텔을 모델로 삼았다"고 말했다.

1890년 도쿄에 문을 연 데이코쿠호텔은 오랜 역사만큼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노련한 서비스 덕분에 내외국인 명사들이 많이 찾는다.

신 총괄회장의 예상대로 한국 최초의 대규모(지상 38층) 일류 호텔은 대박을 쳤다.

개관 초기 호텔 꼭대기에 마련된 전망대에는 휴일에 2,000명이 몰릴 만큼 인기가 좋았다.

롯데호텔은 현재도 국내 특급호텔 중 가장 시장점유율이 높다. 이어 2010년 첫 해외 호텔인 롯데호텔 모스크바를 열고 현재까지 해외에서 5개의 롯데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올 들어서는 미국 맨해튼 중심부의 '더뉴욕팰리스' 호텔을 인수하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롯데 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호텔 사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호텔롯데의 매출 95%를 차지하는 면세점 사업이 관건이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롯데그룹의 국적은 어디냐"는 논란이 불거진 탓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음달 면세점 사업권 재입찰이 예정된 상황에서 '외국 기업에 면세점 사업권을 줘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재계에서는 롯데가 이번 일로 호텔 사업에 불똥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해 '일본 기업 논란'을 진화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지난 3일 입국하면서 "롯데는 매출 95%를 한국에서 내는 한국 기업"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유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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