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에서 세금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세제개편 방향도 이달 안에 윤곽이 드러난다.
정부는 현재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을 핵심으로 하는 세제개편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세수 감소분을 메우기 위해 각종 공제 및 비과세 제도 축소 방안, 금융소득 과세 강화 방안 등을 폭넓게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부가가치세는 물가에 미칠 우려 등을 감안해 논의 대상에 올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관심이 높은 분야는 역시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이다. 현행 소득세 과표구간은 5단계, 세율은 6~38%로 나눠지는데 전면 조정 또는 일부 구간 개편이 논의되고 있다.
당초에는 물가상승률을 반영, 소득세 과표구간에 대한 전면 조정이 예상됐으나 이럴 경우 연간 5조~6조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돼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현재 5개인 과표구간 중 상대적으로 실효세 부담이 높고 구간의 범위 설정에 무리가 있는 부분 등을 중심으로 일부만 개편하는 방안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예컨대 소득세 과표구간 중 두 번째로 높은 세율(35%)을 적용 받는 구간인 '8,800만원 초과~3억원 이하'를 '1억원(혹은 1억2,000만원) 초과~3억원 이하' 수준으로 소폭 상향 조정하는 것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 같은 방향으로 구간이 조정되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던 3억원과 8,800만원 사이의 차이를 다소 메울 수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과표구간 조정에 따른 세수 감소분을 메우기 위해 근로소득 공제 등을 축소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이에 대해 부정하고 있지만 조세전문가들은 세수 중립적인 소득세제개편을 위해 각종 공제 제도 수술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부는 올해 초 일찌감치 세제실 내 금융소득세제팀을 신설하면서 금융세제개편을 예고한 바 있다.
일단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은 현행 4,000만원에서 낮아질 것이 확실시된다. 이미 정치권에서도 여야가 공동으로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을 끌어내리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는 주식양도차익 과세와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 여부도 관심이다. 현재는 주식거래 때에 거래세를 매기는데 거래세 대신 양도차익에 세금을 부과하면 증권산업 전반에 파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종교인 과세가 이번 세제개편에 담길지도 초미의 관심이다. 정부와 종교단체들은 지난달 비공개로 종교인 과세 간담회를 열고 종교인 과세 방안에 대한 입장을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제개편 철을 맞아 재계를 중심으로는 규제 완화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나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은 지난달 일감 몰아주기 과세가 기업에 이중 부담을 주는 반기업적 세금이라면 폐지를 주장했으나 재정부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전경련은 대기업들의 대표일 뿐 전체 기업의 요구를 대변한다고 볼 수 없다"며 "세제개편과 관련해서는 대한상의 등을 통해 기업들의 목소리를 듣고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