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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은 세계 첫 모던 독재자"

'김정일 코드' 브루스 커밍스 지음/따뜻한 손 펴냄<BR>비디오게임·팝송등 서구 현대문화 탐낙<BR>"북은 여전히 전근대적 병영국가" 비판도

"김정일은 세계 첫 모던 독재자" '김정일 코드' 브루스 커밍스 지음/따뜻한 손 펴냄비디오게임·팝송등 서구 현대문화 탐닉"북은 여전히 전근대적 병영국가" 비판도 한국 현대사를 연구하는 외국학자 가운데 브루스 커밍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정치학과 교수만큼 깊이 있는 시각을 가진 이도 드물다. 지난 91년 발간된 ‘한국전쟁의 기원’은 적지않은 파장을 일으키면서 6ㆍ25(한국전쟁)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한국전쟁이 남과 북의 이데올로기 분쟁 속에 예정된 전쟁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이 같은 주장은 80년대 말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에 목말라 있던 진보적 지식인들에게 신선한 자극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한반도에 대한 그의 학문적 연구 실적은 97년에 발간된 한국 현대사에 대한 변증법적 해석서 ‘한국 근현대사’로 이어진다. 이후 7년여간 그의 관심이 ‘김정일 정권’과 ‘인간 김정일’로 이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커밍스 교수는 ‘김정일 코드(North Korea: Another Country)’에서 현재 북ㆍ미간의 갈등의 근원은 한국전쟁과 김정일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한국전쟁에서 미국이 보여줬던 가혹했던 전쟁수행 방식에 대한 기억들이 북한을 핵 개발 욕구로 몰고 가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김정일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미국내 보수파의 압력에 이끌려 가고 있는 부시의 정책 때문에 핵 문제는 해결될 기미 없이 파국 속으로 치닫고 있다고 주장한다. 북한이 핵 개발을 고집하는 이유에 관해서도 한국 전쟁의 연장선 위에서 국가자위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동시에 구조적인 에너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는 북한의 논리를 비교적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이 같은 시각은 그 동안 그가 발표했던 몇몇 저술에서 이미 엿볼 수 있다. 이 책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미국 부시 행정부에게 북한의 외교적 방향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는 김정일과 북한 정권에 대한 몰이해와 일방적인 증오가 북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 역사학자의 눈에 비친 김정일은 미국 언론이 떠들어 대고 있는 것처럼 ‘광신적 악마 박사(Dr. Evil)’도 예측 불가능한 ‘미치광이’도 아니다. 오히려 “바닥에 앉아 아들과 함께 슈퍼 마리오 비디오 게임을 즐기고 음악적 취향은 롤링 스톤스ㆍ핑크 플로이드ㆍ비치보이스ㆍ폴 앵카에서부터 오페라 라트라비아타까지 다양하며 도날드 덕ㆍ톰과 제리ㆍ벅스 버니와 같은 헐리우드 만화의 텔레비전 방영을 허용하며 대중을 즐겁게 만드는 세계 최초의 포스트 모던 독재자”에 가깝다. 더구나 “그다지 과음하는 편도 아니고 집에서 파자마를 입은 채 비서들이 회색 가방에 담아온 수많은 분야의 서류에 지시사항을 적어 넣는 가정적인 사람”이라는 평가에서는 김정일에 대한 정서적인 친밀감마저 엿볼 수 있다. 그렇다고 커밍스 교수가 북한체제를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현재 북한이 사회학자 라스웰이 말한 ‘병영 국가’(garrison), 즉 폭력 전문가들이 강력한 권력을 장악하고 있?국가에 가장 근접한 곳이라고 지적한다. 이 책의 묘미 가운데 하나는 북한의 현실을 비교적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수많은 사료와 증언을 학문적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정리한 그의 노고를 확인하는 것이다. 30쪽에 달하는 방대한 주석에서 북한과 김정일에 대한 정확인 이해를 얻기 위한 그의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홍병문 기자 hbm@sed.co.kr 입력시간 : 2005-03-2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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