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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새로운 도전의 시대] (1부-1) 나프타체결 13년… 멕시코의 빛과 그림자

미국의 FTA 파트너 그후

미국 접경지역에 위치한 멕시코 북부 마킬라도라 산업단지는 미ㆍ멕시코 FTA의 상징이다. 이곳에 위치한 한 전자제품 조립공장 근로자들이 생산에 열중하고 있다.




한국경제의 물줄기를 바꿔놓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드디어 타결됐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의 FTA 협정을 한국경제의 재도약 계기로 만드는 것은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본지는 우리보다 먼저 미국과 FTA를 체결한 멕시코ㆍ호주ㆍ싱가포르 등 각국의 사례를 통해 FTA의 실체를 알아보는 한편 우리 경제의 나아갈 방향을 심층적으로 모색하는 기획시리즈 '한미FTA,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전'을 연재한다. 지난 3월27일 오후5시. 멕시코시티 중심가에 있는 쉐라톤이사벨호텔. 몰려드는 투숙객들이 체크인을 하기 위해 긴 줄을 서 있고, 호텔 카운터에는 직원들이 여기저기서 울려대는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다. 바이어와의 미팅을 위해 비즈니스맨들이 이리저리 분주하게 뛰어 다니고 각국에서 몰려든 멕시코 시장개척단이 소란스럽다. “예약률이 90%에 달한다”며 “나프타(NAFTA) 체결 이후 미국과 캐나다 손님이 전체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크게 늘었다”고 오티즈 히메네스 숙박담당자가 말한다. 한국 기업들의 멕시코 시장탐방도 활발하다. 멕시코시티 KOTRA 무역관의 이종호 관장은 “한달에 평균 1~2개 시장개척단이 멕시코시티를 방문하는데 업체 수가 20개를 넘을 정도로 최근 들어 방문단 규모가 커졌다”며 “중남미 제2의 경제를 자랑하는 멕시코 시장을 교두보로 활용하려는 한국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프타로 날개 단 멕시코 경제=멕시코는 지난 94년 미국ㆍ캐나다와 자유무역협정인 나프타를 체결하면서 기존 ‘내수산업보호’ 정책에서 ‘개방경제’ 체제로 돌아섰다. 교역확대에 따른 고용창출과 증가하고 있는 해외직접투자(FDI) 유치 등 나프타의 과실이 무르익으면서 안정된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멕시코는 나프타 발효로 경제 분야에서의 실제적인 이익뿐 아니라 정치ㆍ외교면에서도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경우 나프타 체결 바로 전인 93년 1.9% 성장에서 2000년 6.6%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고, 2004년과 2005년에도 각각 4.2%와 3.0%의 안정된 성장을 했다. 이는 대미수출이 흑자로 돌아선 데 기인한 바가 크다. 93년 대미수출에서 34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95년 이후 흑자로 돌아서 2000년 200억달러, 2004년 537억달러, 2005년 648억달러의 흑자를 냈다. 대미 수출품목도 90년대에는 원유 등 1차 상품 수출이 주종을 이뤘지만 나프타 체결 이후 1차 상품 수출비중이 줄고, 자동차ㆍ전자제품ㆍ섬유 등 공산품 중심으로 상품구조가 바뀌었다. 원자재를 들여와 완제품을 수출하는 임가공 형태의 ‘마킬라도라’로 대표되는 공업지대에 다국적 기업들이 잇따라 진출해 제조공장을 세운 결과다. 삼성ㆍLG 등 한국 제조 기업들도 미국 국경과 인접한 멕시코 북부의 마킬라도라 지역에 전자제품 생산라인을 두고 있다. 실제 멕시코에 대한 FDI는 93년 49억달러에 불과했으나 나프타가 발효된 94년 이후 급증해 2004년 182억달러, 2005년 178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멕시코가 중남미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국가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한국이 97년 외환위기에 직면했던 것처럼 95년 ‘페소화 위기’로 멕시코 경제 전체가 휘청거렸던 것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발전임에 틀림없고 그 저변에는 나프타로 대변되는 개방경제 체제로의 편입이 있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나프타 체결의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자동차 산업이다. 멕시코시티에서는 GMㆍ포드ㆍ크라이슬러ㆍ폴크스바겐ㆍBMWㆍ도요타ㆍ혼다ㆍ니산ㆍ르노 등 세계적인 자동차들이 즐비하다. 나프타 이전 내수시장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자동차 생산은 나프타 체결 이후 미국시장을 겨냥하는 수출 지향적인 형태로 전환됐으며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들이 멕시코에 생산공장을 잇따라 세우면서 자동차 산업구조의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멕시코 자동차산업협회(AMIA)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일부 차종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멕시코에서만 유일하게 생산할 정도로 멕시코가 자동차 생산의 새로운 전진기로 부상했다”면서 “94년 자동차 수출대수는 57만대에 불과했지만 나프타 체결로 외국 기업들이 몰려들면서 2005년에는 122만대로 2배 이상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멕시코시티를 가로지르는 레포로마(개혁) 도로에서 만난 택시운전사 마누엘 구스만 마르티네스씨는 “고임금 일자리가 줄어들고,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지만 나프타 체결 이후 분명히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해외 투자도 많이 들어오고 택시 손님들도 많아져 무엇보다 좋다”고 말했다. ◇심화되는 경제불균형은 과제=지난달 28일 오후 6시. 멕시코시티의 ‘배꼽’이자 ‘혁명’의 대명사로 통하는 소깔로광장. ‘나프타협정 재협상하라(Renegociar el TLCAN)’ ‘식량주권 사수하라’고 적힌 대형 간판이 설치돼 있고 광장 중앙에서는 시위대들이 열띤 구호를 외쳐댄다. 레포르마도로에는 지난해 대선에서 ‘나프타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간발의 표 차이로 집권 여당에 패배한 오브라도르 제1야당 지도자의 얼굴 현수막이 걸려 있다. 남부에서 일자리가 없어 멕시코시티로 흘러 들어온 농민과 빈곤층이 현 정부의 나프타로 대변되는 시장경제 체제에 얼마나 큰 반감과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가두시위에 참여한 마리아 일마 변호사는 “나프타 체결 이후 농민과 빈민층의 고통과 한숨은 더욱 깊어져 가고 있다”며 “정부는 나프타의 부작용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으며 별다른 대비책도 마련하지 않고 손을 놓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치아빠스ㆍ오하까 등 남부의 대표적인 극빈지방은 물론이고 수도인 멕시코시티 내부에서도 빈부격차가 뚜렷하다. 중심가에서 30분가량 차를 타고 나가면 산타페라는 상류층 지역이 나온다. 샤넬ㆍ구치ㆍ버버리ㆍ도요타ㆍ코치ㆍ할리데이비슨 등 세계 굴지의 브랜드 매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싹쓸이 쇼핑’에 나선 귀부인들의 뒤에는 커다란 쇼핑백을 양손에 들고 있는 파출부를 볼 수 있다. 고급 매장이 늘어서 있는 맨해튼 5번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반면 소깔로광장 주변에는 일자리가 없어 남부에서 올라 온 농민들이 좌판을 깔고 하루 100페소(약 1만원)도 안되는 돈벌이에 나서고 있으며 동전을 구걸하는 걸인들도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나프타의 수혜자와 피해자가 흑백으로 확연하게 대비된다. 멕시코는 나프타 체결 이후 산업구조가 수출중심으로 급변하면서 내수위주의 중소기업과 도시 자영업, 농민 등 개방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계층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절대 빈곤층으로 분류되는 인구도 전체의 30%를 넘는다. ◇멕시코 사례에서 배울 점=멕시코는 나프타 이후 지역간ㆍ산업간ㆍ계층간 불균형이 더욱 심화됐다. 공업 지대인 북부와 농업 지대인 남부간 불균형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것. 멕시코는 시장개방으로 미국ㆍ캐나다 등 선진국의 고급 제품과 양질의 서비스가 들어오면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일부 중소기업이 도산하고 농업 분야가 위협받는 지경에 몰려 있다. 비록 한국 중소기업과 농업 분야가 시장개방에 따른 충격을 극복할 수 있을 만큼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관세장벽과 정부보조금 폐지에 따른 경쟁력 상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가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농업 분야의 경우 멕시코는 옥수수ㆍ콩 등 곡류 부문에서는 미국산에 비해 경쟁력을 잃었지만 반대로 기술개발 등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었던 과일ㆍ채소ㆍ가공 분야 등에서는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농업 부문의 구조조정과 기술개발,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예상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한국 농업이 가지는 민감성을 감안해 수입쿼터 설정, 장기간의 이행기간 확보 등 품목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장기적으로 수립할 필요가 있다. "美에 잠식 당하지않게 全산업 경쟁력 높여야" ■ 인터뷰 - 페르난도 루이즈 후아르테 멕시코대외무역협회(Comce) 회장 "한국이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한 것은 현명한 선택입니다. 멕시코의 경험에 비춰볼 때 분명히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것이 많을 겁니다." 페르난도 루이즈 후아르테 멕시코대외무역협회(Comce) 회장은 1일(현지시간) 기자와 만나 "보호무역을 고수했던 멕시코가 나프타 이후 개방경제로 편입되면서 국가 경제경쟁력이 한층 높아진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 경제도 한미 FTA 타결로 새로운 성장엔진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미 FTA 타결이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시장개방을 확대한다는 상징적인 의미와 함께 미국시장 접근성이 높아진 것이 가장 큰 혜택이다. 미국 기업에 시장을 잠식당하지 않으려면 모든 산업에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한국은 제조업과 공업 분야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자동차와 전자ㆍ섬유 분야에서는 미국과 경쟁해 뒤떨어질 것이 없다. 한국의 FTA 타결은 성공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다. -한국 농산물 시장개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큰데. ▦멕시코의 경우 옥수수 등 민간 품목은 전면 개방까지 10년 이상의 유예기간이 있었지만 이 기간 동안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한 면이 있다. 한국도 농산물 분야에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장개방을 지연하는 전략을 짜야 한다. 비록 한국 농업이 기술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지만 미국 제품에 비해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 기술개발을 통해 한국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멕시코 사례에서 어떤 점을 배울 수 있을까. ▦나프타 체결로 멕시코의 교역이 증가하고 외국인직접투자(FDI)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이 세계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떠오르면서 멕시코로 향하던 외국자본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이후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중국보다 기업 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하지만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FTA 체결로 산업간ㆍ계층간 빈부격차가 확대되는 것은 아닌가. ▦소득불균형이 심화된 것은 사실이다. 나프타 체결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논리다. 하지만 멕시코의 빈부격차 확대는 나프타 체결로 야기된 것이 아니라 95년 멕시코 경제위기로 중산층이 붕괴되면서 생긴 결과다. FTA가 빈부격차 확대로 연결된다는 논리에는 동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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