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이끄는 50인의 경영인]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잘 나갈때 미래 위기에 대비" 강조R&D 활성화 기술경영 중시 창조경영으로 혁신 확대도 홍재원 기자 jwhong@sed.co.kr “당황하지 않는다. 잘 될 때 미리 어려움을 대비한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방식의 특징이다. 그는 ‘Simple is Best’(단순한 게 최고)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아무리 상황이 어렵고 복잡해도 정확한 판단력으로 핵심을 찾으면 간단하게 해결된다는 것이다. 삼성전관 입사 직후부터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초기의 주역으로 떠오른 그는 반도체 초기기술 도입과 반도체 공장 건설 등의 과정에서 ‘안 되면 되게 하라’는 문구가 떠오를 정도로 강력한 추진력을 보여줬다. 특유의 뚝심과 저돌적인 돌파력은 그가 걸어온 길 곳곳에 고스란히 묻어 있다. 이 부회장은 이와 함께 ‘뚱뚱한 고양이론’을 내세워 직원들을 독려했다. 이는 호황기에 위기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1990년대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호황으로 최대 실적을 누리고 있었지만, 이 부회장은 96년 반도체총괄을 맡은 뒤 당장의 풍성한 음식만을 탐닉하면 비만해져 쥐를 잡을 수 없는 ‘살찐 고양이’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이 과거와 현재의 성공에 안주해 방심하면 제품 개발이 지연되고 고객 대응이 느려지는 등 민첩함을 잃게 될 수 있으니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의 기술 혁신이 삼성전자 주도로 이뤄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 업계에서는 지난 4월 삼성그룹의 경영쇄신방안에 따라 그룹의 주력인 삼성전자 조직 전체를 총괄하는 자리에 오른 이 부회장이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연히 그 동안 이 부회장이 보여줬던 뚝심과 위기에 대비하는 준비성, 공학도 출신으로서의 기술 중심경영 방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부회장의 경영 방침은 스피드와 효율 중심의 경영혁신을 창조경영으로 확대하자는 취임사 발언으로 요약된다. 창조적 아이디어의 창출을 위해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고 조직문화를 혁신하자는 것. 이 부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기업의 자산 가운데 으뜸은 인재”라며 “국적을 따지지 않고 해외 인재들을 적극 영입하겠다”고 밝혔다. 공학도 출신의 경영인으로 기술개발과 공장 관리 등 일선 실무를 직접 경험한 장점을 십분 활용한 ‘기술 경영’도 그의 모토 중 하나다. 그는 취임식 때 이를 ‘사업구조 고도화를 위한 기술 준비경영’이라 불렀다. 기술 준비경영이란 경쟁자보다 앞선 안목을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해 기술 주도권을 선점하는 경영활동을 말한다. 그동안 놀라운 기술개발로 세계 시장을 선도해 온 메모리 반도체 분야가 대표적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04년 최고기술책임자(CTO) 시절 전 세계에 깔려 있는 연구소와 디자인센터를 활용, 각 지역별 장점을 고려한 연구를 수행케 함으로써 연구개발(R&D) 활성화 및 특화 전략을 극대화하는 기술 준비경영을 시도해왔다. 그의 또 다른 지론은 “특허 없이는 미래도 없다”는 특허경영. 이는 삼성전자의 미국 특허등록 건수가 2004년 세계 6위에서 2005년 5위, 2006년부터 2년 연속 2위 등 원천기술 확보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물론 새로 사업을 육성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게 이 부회장의 경영 방침이다. 이처럼 주력사업은 기술과 시장 리더십을 더욱 강화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은 역량을 집중해 조기에 일류화시키겠다는 것. 에너지ㆍ환경 및 바이오 관련 사업, 또 건강 사업 등은 삼성전자의 새 투자 분야로 떠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윤우 부회장은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전자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다. 1975년 삼성SDI의 전신인 삼성NEC에서 진공관 생산기술을 담당하면서 반도체 사업과 인연을 맺었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 사업 초기 미국, 일본 등으로부터 D램 기술을 이전해 양산으로 연결시킨 주역 중 하나로 꼽힌다. 1983년 국내 최초로 기흥에 VLSI 라인을 건설했고 기흥 사업장 공장장으로 반도체 생산 현장을 직접 지휘했다. 이후 반도체 메모리 사업총괄, 반도체총괄 사장 등을 지낸 '반도체통'이다. 약력 ▦1946년 대구 출생 ▦1969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1968년 삼성전관 입사 ▦1985년 삼성전자 기흥공장장 ▦1996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대표이사 사장 ▦2008년 삼성전자 총괄부회장 ◇이윤우 부회장 경영원칙 ▦'Simple is Best'(간단한 게 최고) -당황하지 말라. 아무리 어려운 상황도 해결책이 있다. ▦살찐 고양이는 쥐를 잡을 수 없다 -현재에 만족하고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면 민첩함을 잃게 된다. ▦기업 자산의 으뜸은 인재 -국적 가리지 않고 인재 영입 추진 '반도체 업계의 불도저' 저돌적인 추진력으로 6개월만에 공장 완공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을 보면서 '반도체 업계의 불도저'라 부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 부회장은 1980년을 전후한 시기 미국, 일본 등 세계의 반도체 선진국들의 배타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D램 기술을 이전해 양산으로 연결시킨 주인공이다. 당시 반도체 사업조사팀장을 맡아 미국과 일본의 생산 공정 설계를 기초해 삼성의 반도체 사업의 기반을 잡았다. 특히 1983년 삼성은 이 부회장 주도로 기흥에 국내 최초로 VLSI 라인을 건설했다. 선진 경쟁사들이 3년에야 완공했던 공장을 단 6개월 만에 건설해 낸 것. 설계와 건설을 동시에 진행한 게 비결이었다. 연인원 24만명을 동원했으며 이들은 6개월 간 단 하루도 휴일이 강행군을 했다. 이 부회장은 당시 야전침대를 비치해놓고 공사 현장에서 살았다고 한다. 특히 진동에 약한 반도체 소재들을 들여오기 위해 4시간 만에 4km에 달하는 공장 진입로를 포장해버린 일화는 유명하다. 1985년부터 4년 동안 이 공장의 공장장을 맡은 이 부회장의 별명은 '첨단 로켓'이었다. 강한 돌파력과 추진력으로 얻은 별명이다. 매일 아침 8시 회의를 직접 주재해 기술 토론을 했다. 주말에도 공장으로 출근했다고 한다. 아랫사람들로서는 가장 까다로운 CEO이기도 하다. 반도체 산업을 만들다시피하고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이기에 실무와 업무 분위기를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삼성전자의 전체 방향이 기술 중심주의로 가지 않겠느냐는 반응이 나온다. 스스로도 기술 경영을 외치고 있다. 전임자인 윤종용 부회장이 생활가전 등의 전문가 출신이어서 마케팅 위주의 전략을 펼친 것과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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