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컵주가 황금시대 막내리나

천정부지로 치솟던 「닷컴(.COM)」 주식의 거품이 급속도로 가라앉고 있다.일부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주가가 몇달 새 90% 이상 폭락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야후나 아마존 등 최우량 인터넷주도 각각 50%, 60%씩 하락하는 등 한때 「황금시장」으로 각광을 받던 인터넷 주식시장이 맥을 못추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그동안 투자가들의 각광을 받았던 인터넷 업체들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되면서 대대적인 정리가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수개월 전 「10개 기업중 1개만 성공해도 떼돈을 번다」는 확신하에 인터넷 기업들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붓던 투자가들도 크게 동요하고 있는 실정이다.

거품 붕괴가 가장 두드러지게 일어나고 있는 것은 인터넷 소매업체들. 전자상거래 업체인 밸류 아메리카, 이토이즈의 주가는 지난해 최고 수준에 비해 각각 96%, 94% 떨어졌으며, 아이빌리지와 드럭스토어닷컴도 각각 92%, 90%의 급락세를 보였다.

미 조사업체인 포레스터 리서치는 전자상거래 업계에 대한 전망보고서에서 『닷컴 소매업체의 절반 이상이 1년 이내에 소멸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보고서는 인터넷 상거래 규모가 오는 2004년 미국에서만 1,84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지만, 대부분 업체들이 사라지거나 대규모 기존 유통업체들에 흡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인터넷 소매업체들의 미래가 암울하게 비춰지는 것은 월마트, 케이마트 등 전통적 거대 유통업체들이 전자상거래에 뛰어들면서 닷컴 업체들의 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하고 있기 때문.

게다가 인터넷 벤처들의 자금조달 및 시장확보 경쟁이 앞으로 한층 치열해져, 수익을 내지 못하는 벤처들은 자연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상당수 업체들의 흡수 합병의 대상이 될 것이라며, 살아남기 위해 취급 상품을 특화하거나 기업을 상대로 원료 및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간 상거래(B2B)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기업을 상대로 한 인터넷 상거래도 유사 사이트의 잇따른 출현으로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만큼, 몇몇 거대 사이트 외에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경립기자[e-mail]

입력시간 2000/04/16 1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