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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2월 12일] 메아리 없는 대통령의 발언

[기자의 눈/12월 12일] 메아리 없는 대통령의 발언 손철기자 (경제부) runiron@sed.co.kr 이명박 대통령이 인력 15% 감축 계획을 발표한 농촌공사를 공기업 개혁의 모범사례로 연이어 칭찬하고 “다른 공공기관도 잘하고 있는지 살펴보라”고 내각에 지시하자 공기업은 구조조정 계획을 재점검하느라 부산하다. 정부도 허겁지겁 공공기관장 중간평가에 나섰다. 경제위기 속에서 사람 자르는 데 무게를 둔 대통령 메시지를 놓고 논란이 적지 않지만 그나마 대통령의 말이 갖는 ‘힘’은 증명했다. 하지만 현실감각 부족과 권위주의 시대의 잔재로 ‘대통령 말씀’이 무색해진 것은 한두번이 아니었다. 청와대 참모들은 최근 재계의 투자실적을 살피면서 낯이 뜨거웠다. 이 대통령은 며칠 더 남은 1년 전 대선 승리와 동시에 재계에 투자확대를 목이 터져라 주문했다. 취임 이후에도 청와대 안팎에서 대기업 총수들을 만날 때마다 “투자를 늘려달라”며 “필요할 때 연락하라”고 직통 전화번호까지 친절히 건넸다. 메아리는 없었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는 올해 투자를 2조원가량 줄였다. 삼성이 줄였는데 하물며 다른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중 늘린 곳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3,600여개 대기업은 내년 설비투자를 7%가량 줄이겠다고 했다. 설비투자 계획이 조사단계부터 줄어든 것은 7년 만이다. “호응하지 않았던 게 다행이다” “대통령 말을 들었다면 아찔하다” 등 기업인들이 내놓는 촌평은 씁쓸함까지 느끼게 한다.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으로 이 대통령이 ‘돈을 풀라’고 다그쳐도 은행이 움찔할 뿐 적극 나서지 않은 것도 대통령의 발언이 먹히지 않은 대표적 사례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은행이 왜 안 움직이는지 이유를 찾아 해결해야지 대통령 명령이나 따르던 권위주의 시대는 지났다”고 일침을 놓은 것은 되새겨볼 만하다. 냉철한 현실인식은 없이 일방통행식으로 전해지는 리더의 말은 불신을 낳고 심지어 조롱의 대상으로까지 전락한다. 눈물 흘리는 시장 할머니를 보듬고 아끼는 머플러를 선물한 대통령의 모습은 차라리 훈훈하기라도 했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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