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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家 장자 이맹희 별세] 후계자서 밀려나 야인생활… 삼성家와 갈등… 비운의 황태자

이맹희 파란만장한 삶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경영 맡았지만 2년 후 투서 불거져 호암 눈 밖에 나<br>삼성과 계열 분리… CJ로 독립 나서<br>동생 이건희 회장과 유산소송 등 반세기 걸친 갈등 끝내 화해 못해

1987년 11월 23일 이맹희(왼쪽) CJ그룹 명예회장과 유가족들이 고 이병철 회장의 영구차 뒤를 따르고 있다. /=연합뉴스

애증의 반세기를 보낸 이건희(오른쪽) 삼성그룹 회장과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 지난 2012년 상속권 분쟁으로 다시 갈등을 빚었지만 이맹희 회장의 별세로 결국 둘은 화해하지 못했다.

14일 별세한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은 '비운의 황태자'로 불린다. 이맹희 전 회장은 삼성가의 장남이면서도 부친인 호암 이병철 창업주에 의해 무능하다는 이유로 경영에서 배제됐으며 동생인 이건희 회장에게 그룹 경영권을 넘긴 뒤 반세기에 걸쳐 갈등을 겪는 등 누구보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이맹희·이창희·이건희 등 아들 셋과 이인희·이숙희·이순희·이명희 등 딸 넷을 뒀다. 당초 이병철 회장은 장남인 이맹희 전 회장에게 그룹 경영권을 물려주고 삼남인 이건희 회장에게는 중앙매스컴을 맡길 계획이었다. 이건희 회장은 와세다대 재학 시절부터 매스컴 경영을 권유 받았고 지난 1966년 첫 직장으로 동양방송을 택했다. 반면 이맹희 전 회장은 1968년 삼성의 모태기업인 제일제당 대표이사, 삼성물산·삼성전자 부사장, 삼성문화재단 이사 등 그룹의 요직에 오른다.

하지만 1966년 부산세관에 밀수품으로 58톤의 사카린 원료가 적발되는 일명 '한비 사건(한국비료 사카린 밀수 사건)'이 발생했다. 사카린 밀수사건은 당시 삼성 계열사였던 한국비료가 58톤의 사카린 원료를 밀수하려다 부산세관에 적발된 사건이다. 애초 삼성그룹이 2,400억원의 벌금을 내는 수준에서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사회적으로 재벌의 도덕성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결국 호암은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재계 은퇴를 선언했다.

장자 상속의 대원칙에서 이맹희 전 회장은 삼성의 대권을 물려받았지만 결국 한비 사건 때문에 삼성가와 결정적으로 틀어지게 된다. 사건 발생 2년 후 투서 사건이 불거지고 호암은 이맹희 전 회장을 투서의 주범이라고 믿는다. 이로써 호암의 눈 밖에 난 이맹희 전 회장은 10여년간 야인생활을 해야 했다. 이병철 창업주는 자서전 '호암자전'에서 "장남 맹희에게 그룹 일부 경영을 맡겨봤지만 6개월도 채 못 돼 맡겼던 기업체는 물론 그룹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고 적을 정도로 이맹희 전 회장을 신뢰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버지와의 소원해진 관계를 10여년 동안 회복하지 못했던 이맹희 전 회장은 이후에도 경영활동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1987년 이병철 회장 별세 이후 삼성그룹 계열 분리가 본격화된 1994년 부인 손복남 여사가 보유하고 있던 안국화재 지분을 이건희 회장의 제일제당 주식과 맞교환하면서 제일제당이 삼성그룹에서 분리됐지만 이맹희 전 회장은 장남인 이재현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고 은둔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후에도 이병철 회장의 선영 출입문을 놓고 삼성가와 대립하는 등 이건희 회장과의 불편한 관계는 계속됐다.



낭인생활을 이어가던 이맹희 전 회장이 세간의 주목을 다시 받은 것은 2012년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유산상속 소송을 제기하면서부터다. 이맹희 전 회장은 당시 이병철 회장이 생전에 제3자 명의로 신탁한 재산을 이건희 회장이 몰래 가로챘다며 삼성전자 주식 일부와 배당금 등을 합해 모두 9,400억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양측의 소송이 삼성그룹과 CJ그룹 간 갈등으로 확산되는 상황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창업주의 재산을 둘러싼 재벌가의 소송전이 사회적인 관심사로 부상하자 주요 외신들도 특집기사를 연일 내보내며 높은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맹희 전 회장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했고 2014년 2월 상고를 포기했다.

이맹희 전 회장이 고심 끝에 소송을 접으면서 당시 일각에서는 삼성가에 화해의 손길을 건넨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맹희 전 회장은 당시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닌 가족 간의 화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저로서는 굴욕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화해를 통해서만이 내 가족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이건희 회장과 10분, 아니 5분이라도 만나 손잡고 마음의 응어리를 풀고 싶다"고 전한 바 있다. 그해 8월에는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과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측의 관계는 더 진전되지 못했고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 삼성가와의 관계개선은 아들 이재현 회장의 몫으로 남겨지게 됐다.

하지만 CJ그룹의 총수인 이재현 회장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수사를 받고 있어 당분간 양측이 화해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현 회장은 2013년 7월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후 신장이식과 건강상의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재현 회장은 형이 확정되지 않아 올해 광복 70주년 특별사면 명단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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