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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자원 무기화·中 난방연료 수요급증… 가스대란 재연되나

[글로벌 포커스]<br>전문기관들 "공급량 충분 재발 가능성 낮다" 전망 불구<br>中 국영기업 동원 가스 확보 총력전… 값 폭등 불가피<br>러, 수송관 건설 잇단 추진 '유럽 영향력 확대' 우려도

러시아는 올 초 우크라이나와의 가스분쟁으로 서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공급을 20일 가량 중단해 유럽인들을 추위에 떨게 했다. 이번 겨울에는 아직 이 같은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지만 일부 국가들을 중심으로 가격 급등 가능성이 잠복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난 1월 독일 바이트하우스에 세워진 독^불 가스합작사 메갈의 천연가스 수송관 설비를 한 직원이 눈으로 점검하고 있다. 바이트하우스=블룸버그통신



올해 초 유럽인들은 한 겨울에 극심한 추위에 떠는 생지옥을 경험해야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마찰을 일으키며 유럽행(行) 천연가스 수송관의 밸브를 꽉 잠가버렸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유럽연합(EU) 수요의 25% 가량을 충당하며 특히 이 중 80%를 우크라이나를 관통하는 수송관을 통해 공급한다. 채무상환 등 경제적 문제에서 촉발된 '러시아-우크라이나 가스분쟁'은 시간이 지나면서 친미노선을 걸은 우크라이나 정부와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두 나라간 정치적 대립으로 확대됐다. 여기에 뒤늦게 에너지 안보의 위협을 느낀 유럽연합(EU)가 끼어 들면서 이 문제는 곧 유럽 전체의 외교전으로 비화됐다. 올 겨울에도 천연가스 대란이 일어날 것인가. 대부분의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전문기관들은 현재로선 공급이 충분해 분쟁 등으로 인한 인위적인 공급감소가 없다면 가스대란의 우려는 매우 낮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국가별로 상황이 다른 만큼 일부 국가에서의 수급차질은 물론 가스대란의 재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 중국, 올 겨울 가스대란 우려 = 이번 겨울 가스대란의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은 중국이다. 중국은 지난 11월 초 수도 베이징에 때이른 폭설이 쏟아지는 등 예상보다 빨리 다가선 겨울 한파로 난방연료인 천연가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북부 지방은 11월 가스 수요가 전년에 비해 56%나 폭증했으며 남부의 후난성(成)과 후베이성에서도 22%나 증가했다. 한파 피해가 가장 극심한 후베이성 우한시(市)의 경우 56개의 산업 및 상업시설에 대한 가스공급이 한 때 중단됐다. 저장성 항저우시 등은 호텔, 상점 등에 공급량을 20%가량을 줄이고 섭씨 18도 이하로 실내온도를 유지할 것을 종용했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산업 및 상업부문의 타격이 회복세에 접어든 경기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공급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 25일 비상대책을 내놓았다. 3대 국영 에너지기업인 중국 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 석유화공집단공사(Sinopec), 해양석유총공사(CNOOC)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천연가스 확보전에 나서도록 한 것. 특히 장궈바오 NDRC 부주임 겸 국가 에너지국 국장은 "CNPC가 천연가스 시장에서 현물로 최소 7억 입방미터를 수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중국의 지난 10월 총 수입량인 5억7,000만 입방미터를 크게 넘어서는 물량으로 CNPC가 장기계약이 아닌 시장에서 가스를 사들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가스 수요가 보통 12월과 1월에 집중돼기 때문에 중국의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CNPC는 이번 겨울동안 하루에 북부지역이 8백만 입방미터, 남부지역은 최대 6백만 입방미터의 물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언론들은 "공급을 독점하는 국영기업들이 가스 가격을 올리기 위해 생산증가를 꺼려온 탓에 결국 이 같은 사태를 맞게 됐다"고 지적했다. ◇ 러시아, 천연가스 무기화 재추진 가능성 = 러시아는 올해 초 가스분쟁 및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상반기 수출량이 812억 입방미터를 기록, 전년 동기에 비해 39%나 감소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는 가장 큰 수입원인 가스 등 자원 판매에 따른 외화유입이 줄면서 루블화의 극심한 평가절하에 시달려야 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우회하는 유럽행 천연가스 수송관 사업들을 잇달아 추진하며 가스 판매량 확대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러시아는 슬로베니아를 끝으로 자국산 천연가스를 흑해 해저를 거쳐 동남부 유럽으로 수송하는 '사우스 스트림'(South Stream) 프로젝트에 필요한 관련국가와의 협정을 모두 마쳤다. 러시아와 이탈리아의 국영 에너지기업인 가즈프롬과 에니가 주도하는 이 계획은 오는 2015년말 가동을 목표로 추진된다. 에니의 파올로 스카로니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에 공급되는 물량 대부분이 사우스스트림으로 우회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는 지난달 초 발트해 해저를 통해 독일에 가스를 공급하는 '노드스트림'(Nord Stream) 사업의 관련국들인 덴마크, 핀란드 및 스웨덴으로부터도 사업승인을 받아 내년 1분기에 공사에 착수하게 됐다. 우크라이나 등 중간 경유지를 거치지 않는 이 같은 가스 공급망들은 향후 유럽국들이 또다시 가스분쟁의 희생양이 될 소지를 줄여 주기는 하지만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러시아의 가스관들이 EU의 동ㆍ서 회원국들을 분리시키고 있다"면서 "서유럽 지역은 러시아 가스에의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게 되며 가스관이 통과하지 않는 중ㆍ동부 유럽 지역은 서유럽의 보호영역에서 벗어나 러시아의 영향력에 다시 노출될 우려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 중국 수요 커지면 단기 가격 치솟을 수도 =현재로선 미국의 천연가스 비축량이 충분해 이번겨울 수요급증에 따른 가격급등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PFG베스트의 필 플린 부사장은 "한달 후에 천연가스 가격이 5달러 이상 올라갈 것으로 보기는 힘들며 4.5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지도 않는다"며 천연가스 가격의 현 수준 유지를 점쳤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지난 25일 기준 '헨리허브'(미국의 천연가스 기준물) 현물가는 올 들어 22% 하락하며 지난 7년간의 최저치인 1MMBtu(약 28 입방미터) 당 3.35달러로 올해 현물 거래장을 마감했다. 그러나 국제 천연가스 시장에 불안요인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NYMEX에서 3개월 선물과 12개월 선물은 지난달 27일 각각 1MMBtu 당 5.248달러와 5.605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불과 3개월 선물의 가격이 현물보다 56%나 높은 점은 투자자들이 올 겨울에 가격이 급등할 것에 베팅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올 겨울 예년보다 추운 날씨가 예상되는 탓에 미국 가정의 52%가 난방연료로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겨울 천연가스의 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국제시장에서 천연가스 가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변수로는 중국의 수요 증가가 꼽힌다. 다른 자원과 마찬가지로 '원자재 블랙홀'인 중국이 가스대란 해결을 위해 대대적인 매수에 나설 경우 천연가스 가격은 폭등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가스는 석유와 달리 장기적인 고정가격 계약이 주를 이뤄 현물 수요 증가에 신축적이지 못해 중국 에너지기업들이 당장의 필요에 의해 대거 현물 시장에 진출하면 단기적인 가격 급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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