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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40돌 특집] IMF3년 현지르포 (3) 타이

[창간40돌 특집] IMF3년 현지르포 (3) 타이경제지표 살아나도 실물 '살얼음' 방콕의 신흥번화가로 급부상하고 있는 라차다 립섹 지구. 대형 쇼핑몰과 호텔, 백화점 등이 가득 들어찬데다 고급 승용차가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심각한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한 지하철 공사도 한창이어서 타이가 경제위기에서 빠르게 빠져나오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화려한 대형 건물 뒤편으로 돌아가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타이인들이 「반」이라고 부르는 한 건물 길이가 100㎙ 이상에 달하는 2~4층 짜리 주상복합건물의 1층에 자리한 상점들은 한창 붐벼야할 평일 낮인데도 이상할 정도로 문을 닫은 곳이 많다. 굳게 셔터를 내리고 있는 가게들 앞에는 새로운 주인을 찾는 매물임을 알리는 안내문들만 덕지덕지 붙어있다. 이곳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다 최근 가게 문을 닫고 쉬는 솜퐁 쏭디(30)씨는 『이곳 가게들 가운데 10곳중 3곳은 폐업상태일 것』이라며 『찾아오는 손님이 없어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한탄했다. 방콕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간선도로 주변의 수십미터짜리 대형 광고간판들 가운데 상당수가 광고주를 찾지 못한 채 앙상한 철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곳의 「반」들은 아예 건물상가 전체가 문을 닫고 휴업상태에 들어갔거나 영업을 하고 있는 곳도 문을 연 곳이 약 20~30%에 불과해 적막함이 느껴진다. 97년 외환위기를 겪은 동아시아 국가 가운데 지난 6월 가장 먼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졸업장을 받은 타이의 「이중적 경제상황」이다. 거시경제지표상으로 경제위기에서 완전히 탈피한 것으로 보이지만 위기는 아직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난 98년 마이너스 10.4%에서 지난해 4.1% 성장으로 빠르게 회복됐고 올해는 6%대의 높은 성장이 예상되지만 산업별 불균형은 매우 심각한 상태다. 외국계 기업의 자회사들이 주로 포진해있는 컴퓨터, 자동차 등의 제조업은 올 1·4분기 9.5%의 성장세를 나타냈지만 도소매업은 3.3%, 건설업은 1.1% 신장에 그쳤다. 바트화 하락에 힘입어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주력산업인 농업과 서비스업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아직 거시경제 통계와 실물경제 상황이 일치하지 않는 「지표상 활황」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는 얘기다. 타이 금융인 및 경제인들이 현재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은 금융개혁 지체로 인해 기업의 유동성위기가 심각하다는 점. 시중은행들은 올해 말까지 손실충당금의 100%를 적립해야 하는 의무조항 때문에 대출조건을 매우 까다롭게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전체 여신의 40%를 넘을 정도로 매우 높기 때문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에 일치하도록 이를 전액 충당하는 와중에서 자본시장은 꽁꽁 얼어붙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여신을 전문으로 하는 아유다개발리스의 김연수(金連洙) 사장은 『시장이 신뢰를 완전히 상실한 상태』라며 『기업간 거래도 현금이 아니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대출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예대마진을 4%포인트까지 확대시켰지만 별반 달라진 것은 없다는 평가다. 금융산업 회복의 최대과제인 부실자산 처리가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답보상태에 빠져있어 언제 위기가 재연될 지 모르는 상황이다. 지난 3년간 처리됐던 부실채권의 절반 가량이 다시 부실화되는 등 부실채권 문제가 여전히 위기의 불씨로 남아있다.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지난 10일 타이의 부실자산 처리문제가 지금처럼 진행되면 앞으로 수년간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고 강력경고한 것도 이 문제가 타이의 경제회복을 가로막고 있는 최대의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금융부실의 잔존과 함께 정부의 리더십 약화도 향후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지난 97년 위기 이후 출범한 추안 릭파이 정부는 위기 발생 당시 56개의 부실 금융회사를 일시에 폐쇄하는 등 과감하고 신속하게 개혁을 밀어부쳤다. 그러나 기득권 세력의 반발과 연립정권의 한계에 부딪치면서 개혁정책이 탄력을 잃은데다 야당의원 100여명이 조기총선을 요구하며 지난 6월말 의원직을 사퇴할 정도로 정치적 위기에 몰리고 있다. 올해말 치러질 예정인 총선결과가 나올 때까지 중요현안의 해결이 미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외환위기에서 벗어난 타이에 「경쟁력 위기」라는 또다른 시련이 다가오고 있다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신경제」 수용속도가 주변경쟁국에 크게 뒤진데다 통신, 전력 등의 민영화가 지연되면서 수년내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지는 새로운 난관에 봉착할 것이란 경고다. BNP 프라임 페레그린 증권에 따르면 타이의 인터넷 이용인구는 전체의 1%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웃 말레이시아의 절반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또 인구의 60% 가량이 14세 이전에 학업을 중단하면서 교육수준도 매우 낮아 21세기를 주도할 지식산업의 토양이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사경을 헤매던 환자상태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완전한 건강체질로 회복되기 위해선 아직 많은 시간과 치료가 필요한 게 타이의 경제 현실이다. 방콕=김호정기자GADGETY@SED.CO.KR 입력시간 2000/08/15 19:13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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