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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ㆍ집중' 아닌 백화점식 정책나열 "문제"
입력2004-09-16 17:44:01
수정
2004.09.16 17:44:01
[경제정책 약발 안먹힌다] <br>서비스 규제완화책 두달 넘도록 마무리 못해<br>경제주체 심리 바닥…실질적 효과엔 역부족<br>"건설경기 부양위한 정책적 보완시급" 지적도
'선택ㆍ집중' 아닌 백화점식 정책나열 "문제"
[경제정책 약발 안먹힌다] 서비스 규제완화책 두달 넘도록 마무리 못해경제주체 심리 바닥…실질적 효과엔 역부족"건설경기 부양위한 정책적 보완시급" 지적도
민간연구소 사이에서는 이미 지난 6~7월 소비심리가 곤두박질쳤다며 특별소비세 폐지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불거져나왔지만 정부는 “세수(稅收)만 축낼 뿐”이라며 반대의사를 고수하다가 정치권의 등에 떠밀려 9월에야 정책을 발표했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4ㆍ4분기 소비심리를 내년 우리 경제를 좌우할 변수로 꼽았지만 소비의욕을 부추기기 위해서는 2~3개월 전 정책 시행에 들어갔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책은 미시 부문에서도 약발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정책은 정부가 제도 완비시점으로 꼽은 지 두달이 넘도록 마무리를 하지 못해 정부가 지나치게 의욕만 앞세웠던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 부총리가 하반기 경기회복의 핵심도구로 삼았던 3대 정책의 경우 가시적인 효과를 보이지 못한 채 오히려 시장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대책도 7월7일 수백쪽에 이르는 책자로 포장, 화려하게 발표됐지만 관련 업계와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이에 따라 신용보증기금이 최근 연간 매출액 10억원 이상인 1,700개 중소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경기전망을 조사한 결과 3ㆍ4분기 실적치는 전 분기 93보다 크게 하락한 81로 외환위기 당시인 98년 3ㆍ4분기의 56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4ㆍ4분기 예측치도 3ㆍ4분기와 동일한 90으로 나타나 중소 제조업의 체감경기가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재경부와 중소기업청이 지난달 6일과 20일 각각 중간점검을 통해 관련 대책들이 이상 없이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으나 일선 업체들은 제도의 효과에 대해 여전히 불신을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정부가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서비스 규제완화책은 9월 중순이 됐는데도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23개의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지만 규제완화책이 발표된 것은 16건에 불과하다.
특히 컨설팅 등 사업(비즈니스)서비스와 법률ㆍ보육ㆍ의료ㆍ교육 등 고용창출과 직결되는 상당수 규제 및 경쟁력 강화책들은 여전히 부처협의조차 끝내지 못한 상황이다.
각종 정책들이 이처럼 직효를 발휘하지 못하면서 정부 내에서도 ‘반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정책들이 특정 부분을 타깃으로 한 ‘선택과 집중식’이 아니라 지나치게 ‘백화점식 나열’에 치우쳤던 부분도 있다”며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워낙 바닥에 있어 정책효과가 쉽게 투입되지 못하는 것 같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경기를 띄우기 위한 정책들이 많이 나왔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내용들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도 “감세와 재정정책 등은 경기 활성화 의지를 표명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효과 부분을 감안하면 보다 강도 높은 정책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경기는 건설 부문에 달려 있는 만큼 건설경기를 띄우기 위한 정책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거시경제팀장은 “경제정책들이 나름대로 효과를 내겠지만 조세정책은 함부로 휘둘러서는 안된다”며 “급격한 세부담 증가는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현상경기자 hsk@sed.co.kr
입력시간 : 2004-09-1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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