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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서적 전문가의 기억 찾기 시간여행

■로아나 ■움베르토 에코 지음, 열린책들 펴냄


세계적으로 하루 수백, 수천권이 쏟아져 나오지만 그중에서 1,000만권이 넘는 발매 부수를 넘는 책은 얼마나 될까. 특히 인문학ㆍ문학 장르로 범위를 줄인다면 그리 많은 수는 아닐 것이다. 그 흔치 않은 책중 한 권이 바로 1980년에 출간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다. 백과사전을 방불케하는 지식과 넘치는 상상력이 결합된 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 무려 2,000만부 이상이 팔린 히트작이다. 기호학자이자 역사학자, 미학자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가 다섯번째 소설을 내 놨다. 역행성 기억상실증에 걸린 한 중년 남자의 기억 복원 과정이 기둥 줄거리. 얌보라고 불리는 한 고서적 전문가가 심장질환으로 혼수상태에 빠졌다. 다행히 그는 검은 잠에서 깨어나지만 기억의 일부가 돌아오지 않았다. 고서적 전문가로서의 전문 지식이나 공적인 기억, 학습된 지식은 모두 남아있지만, 정작 ‘나’에 대한 기억 창고는 텅 비어있었다. 입을 열기만 하면 세계 문학의 유명한 문장들이 튀어나오고 글을 쓸려면 주요한 인용문이 떠오른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온전히 남아있지만, 정작 외손자 알레산드로는 알아보지 못한다. 30년 넘게 결혼생활을 해 온 아내와 자식들도 모두 타인이다. 심리학자인 아내는 인내심을 갖고 그가 기억을 찾는 데 힘을 쏟는다. 어린시절의 추억이 남아있는 고향 솔라라의 시골집으로 거처를 옮긴 주인공은 그곳에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려 애쓴다. 책의 재미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헌책방을 운영했던 할아버지의 수집품과 주인공 얌보의 소년시절 물건이 잔뜩 쌓인 다락방에서 얌보의 사적인 기억복원을 위한 시간여행이 다양한 삽화와 함께 펼쳐진다. 책은 장난감ㆍ판화ㆍ대중가요ㆍ교과서ㆍ정치선전물 등 시대가 담긴 이미지를 통해 주인공이 간직했던 기억의 조각을 파편처럼 엮어간다. 책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삽화는 텍스트 보완을 위한 장식이 아니라 내용의 일부로 등장한다. 텍스트라는 씨줄과 삽화라는 날줄이 거대하고 아름다운 테피스트리를 완성한다. 페이지마다 아랫단을 빽빽이 채운 각주는 번역을 맡은 이세욱씨가 2년이 넘게 걸려 조사한 역자주(註)로 시대적ㆍ문화적 차이로 국내 저자들이 이해하기 힘든 대목을 친절하게 풀어 주인공의 생각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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