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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남 11년만에 개인전 "전시공간서 숨바꼭질 하듯이"

"그림 찾아다니며 볼수있게 배치"


이상남의 전시에는 공명과 신명이 넘실댄다. 이는 운명이고 숙명을 택한 그의 삶, 때문이다. 뉴욕에서 활동중인 현대미술가 이상남 화백(사진)이 10일부터 청담동 PKM트리니티갤러리에서 11년만의 개인전 ‘풍경의 알고리듬’을 시작했다. 회화적 요소로만 집약된 그의 화폭에는 공명이 있다. 기하학적인 도형들은 힘을 머금은 스프링 같고, 반복적인 선들은 소리의 진동을 포착한 듯하다. 일견 여백인 듯 한 화폭을 한발 물러나 바라보면 여러 겹 감춰진 동심원이 드러난다. “이미지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감상자 각자의 관점이죠. 다만 나는 추상과 기하학, 모더니즘에 대해 끝없이 질문을 던지며 회화의 과정을 중시하고 ‘되씹으며’ 이미지를 만듭니다.” 작가는 그렇게 곱씹는 과정으로 감상자와, 나아가 세계와 소통한다. 압축적이고 추상적인 독창성으로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온 작가는 오랜만에 갖는 고국에서의 개인전에 신명이 났다. “180평 전시 공간에 마치 숨바꼭질을 하듯 이 벽 저 벽을 찾아 다니며 그림을 만날 수 있게 배치했어요. 큰 그림을 주로 그리지만 여기, 한쪽 벽면은 내면의 생각과 연구 과정을 보여주는 드로잉과 소품 31점으로 아기자기하게 채워봤어요.” 전시는 작품 시기별 특성은 따르지 않는다. 작가는 이런 수직적 사고를 “진부하다”고 말했다. 한편 공공미술관도 아닌데 이례적으로 인근 중ㆍ고교에서 단체관람을 요청해 왔다. 뉴욕에서 온 거장은 효율적인 관람과 작품 안전을 위해 학생 5명씩 조를 이뤄 감상케 하기를 제안했다. 홍익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이상남은 1972년에 등단해 79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참여하는 ‘잘 나가던’ 신예였지만 안온한 생활을 떨치고 돌연 미국으로 갔다. 다들 의아해 했지만 그에겐 운명이었다. “도미(渡美) 전 한국에서는 전위적 예술을 했었지만 미국으로 가서는 오히려 물감을 다시 잡고 회화의 본질을 생각하게 됐어요.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실험적 요소와 현대성을 회화적 시각으로 보게 됐죠.” 끊임없는 도전은 그가 스스로 선택한 숙명이다. “특히 재료적인 새로움이 관건인데, 옻을 사용하는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옻은 윤도 낼 수 있고 칠흑 같은 검정빛이 고울 뿐더러 견고하고 방수도 됩니다.” 그는 패널에 옻칠을 얹고 그 위에 대리석 안료와 아크릴물감을 칠한 뒤 몇 시간이고 사포로 깎아내 표면을 만들어 낸다. 다듬어내는 것은 화판인 동시에 작가 자신이기도 하다. 그는 뉴욕에서 엘가위머 PCC 전속 작가로 2년에 한번씩 꾸준히 전시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PKM갤러리 강남점 개관기념전으로 5월20일까지 계속된다. (02)515-9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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