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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9월 13일] 묵집에서

'뺨에 서쪽을 빛내다'(창비 펴냄) 중에서

묵을 드시면서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묵집의 표정들은 모두 호젓하기만 하구려 나는 묵을 먹으면서 사랑을 생각한다오
서늘함에서
더없는 살의 매끄러움에서
떫고 씁쓸한 뒷맛에서
그리고
아슬아슬한 그 수저질에서
사랑은 늘 이보다 더 조심스럽지만 사랑은 늘 이보다 위태롭지만 상위에서 미끄러져 깨져버린 묵에서도 그만
지난 어느 사랑의 눈빛을 본다오
묵집의 표정은 그리하여 모두 호젓하기만 하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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