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외국인의 지속적인 매수세 속에 2,000포인트를 오르내리면서 지루했던 박스권 장세 탈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10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실시 가능성은 희박해졌고 중국과 유럽의 경기 회복은 경제지표 개선으로 확인되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의 순매수세도 여전하다. 이제 박스권 돌파의 현실화 가능성에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박스권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것이 남아 있다. 가격 조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기간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문제는 경기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이 박스권 탈출을 자신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느냐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다. 미국은 앞서가고 있지만 여전히 나머지 국가들의 성장률은 더디다. 물론 유럽과 중국의 경기 회복이 시장의 상승을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반론도 알고 있다.
하지만 올해 초 중국 경기에 대한 연간 성장률 컨센서스가 8.1%였다는 점을 기억하자. 7.5%를 넘을지도 모른다는 현재의 기대감이 연초 8.1% 성장의 기대감보다 긍정적일 수는 없다. 유로존에 대한 기대 역시 -0.6%에서 -0.4%로 올라섰지만 시장의 상승을 이끌 펀더멘털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테이퍼링 이슈의 진정과 글로벌 경기에 대한 반전 기대감으로 인한 심리적 안정감은 코스피의 하방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긍정적인 이슈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경기 펀더멘털이든 기업 실적이든 지금까지와는 다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그것이 중국의 삼중전회를 통한 장기적 중국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될지, 아니면 유로존 은행연합의 출범으로 인한 안정감이나 미국 재정정책에 따른 성장 기대감이 될지는 확실치 않다. 변화의 현실화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더욱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정치 불확실성이 부담스럽다.
물론 미 정부의 '셧다운'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은 차분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벤트 발생 시 파급되는 충격의 크기 때문에 '당연히 해결돼야 하는 문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악재는 해결될 것이라는 심리가 주가 상승의 모멘텀이라면 그 힘은 제한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오히려 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펀더멘털의 훼손 가능성도 계산대에 올려놓을 시기가 됐다.
시장에서 인지하는 프레임을 벗어나면서 막연한 기대에서 불확실성으로 시장 심리는 급격히 이전될 수 있다. 상승에 대한 기대보다 박스권 상단을 전후로 한 변동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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