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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에서 들려오는 봄소식
입력1999-04-06 00:00:00
수정
1999.04.06 00:00:00
해맑은 웃음과 함께 헌옷을 물려받은 모습에 대해 사범학교를 나와 교직에 함께 몸을 담았던 친구들과 밤늦도록 신이 나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현직 초등학교 교감선생님 왈 『그래, 젊은 세대는 희망이 있어. 문제는 오히려 우리야. 선진국 학생은 1월2일부터 개학하는데 우리는 연초부터 두달 놀고 3월에 학교문을 여니 처음부터 놀자판이지.』 평소에 꽁생원인 또 다른 친구가 한술 더 떠서 『교원노조 못하도록 왜막아? 세계적인 추세인데. 하지만 노조하면서 방학때도 봉급받는 것은 경우에 맞지 않는 일이지.』이야기를 하다보니 교육문제는 결국 「학생보다는 잘못 가르치는 학부모와 선생님의 책임이 크고, 정부와 사회가 달라져야 한다」는 세상이 다 아는 원론적인 수준에서 맴돌기만 했다.
15년전 학교에 다니던 아이 셋을 데리고 미국 근무를 떠날 때 「가짜」가 판치는 이태원 시장에서 옷을 한보따리 사가지고 갔다. 그러나 미국에서 아이들이 정작 1주일도 입지 못하고 집에 처박아 둔 부끄러운 경험이 있다. 모두가 수수한 옷차림으로 공부하는데 유명 브랜드가 오히려 어색했던 모양이다. 그때부터 우리 아이들은 철이 지나 입지 않는 헌옷가지는 깨끗이 세탁해 학교나 교회, 슈퍼마켓 마당에 놓여있는 헌옷 수집통에 넣곤 했다.
그 곳 학생들이 쓰는 교과서를 보면 더욱 인상적이다. 교과서는 학교에서 빌려 쓰고 학기가 끝나면 반납하는데 그 표지 뒷장에는 언제 누가 사용했다는 기록이 적혀있다. 책에 줄을 긋거나 글씨를 쓰면 책값을 배상하도록 돼있어 5, 6년 된 책도 언제나 깨끗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집안의 잡동사니를 모아 학교에서 벼룩시장을 여는 것이나 조달청의 재활용센터가 학부모에게 인기가 있는 일도 바람직한 현상이라 하겠다.
빳빳한 새옷이나 잉크냄새가 물씬 나는 새 책은 물론 아름답다. 그러나 빛바랜 헌옷을 깨끗이 다려입고 물려 받은 헌책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은 겨우내 언땅을 헤집고 올라오는 새순만큼이나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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