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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療東)돼지
입력2002-09-18 00:00:00
수정
2002.09.18 00:00:00
중국 후한(後漢) 광무제(光武帝) 때의 일화다. 충신이었던 주부(주浮)라는 장수가 모반할 뜻을 드러낸 어느 지방의 태수를 이렇게 타일렀다. "요동(療東)에 살던 어떤 사람이 머리가 흰 돼지새끼를 얻었다. 매우 귀한 것으로 여겨 제왕에게 바치려고 도성으로 가던 중 어느 지방을 지나가게 됐는데 그곳의 돼지는 모두 머리가 흰 것뿐이었다. 그 사람은 크게 부끄러워하며 되돌아갔다. 당신은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요동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라." 주부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그 태수는 연왕(燕王)을 칭하며 반란을 일으키다가 멸망하고 말았다. 한서(漢書)에 나오는 이야기다. 요동돼지와는 반대의 경우로 월왕(越王) 구천(句踐)을 도와 오왕(吳王) 부차(夫差)를 멸망시킨 명신 범려는 월왕이 제후들 위에 군림하는 패자가 되자 자기의 역할이 끝났음을 알고 조각배에 몸을 싣고 월 나라를 떠났다. 그는 제(齊)나라로 가서 이름을 바꾸고 장사해 큰 재산을 모았다. 제 나라에서 그의 그릇이 큰 것을 알고 재상으로 모시려 했으나 "집이 부자인데다 벼슬까지 해서 재상이 되는 것은 영화의 극치이니 바람직하지 않다"며 거절하고 모았던 재산을 모두 나눠준 후 이번에는 도(陶) 라는 나라로 가서 주(朱)라고 이름은 고치고 다시 장사해 거부가 됐다. 이로부터 중국에서 '도주의 부(陶朱之富)'라는 말은 부자의 대명사로 통하게 됐다고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대선을 앞두고 권좌를 노리는 정치세력들의 각축장이 돼가고 있다. 이념이나 정치적 노선을 함께 하는 동지라며 한배를 탔던 무리들이 새 판을 짜야 한다며 명분도 없는 이합집합을 되풀이하는가 하면 과거에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정당이 대통령 후보를 내고 있다. 또 그동안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해왔다고 자부하는 인사들이 새로 자기의 장점ㆍ강점을 내세우며 후보 대열에 나서고 있다. 옛날과는 달리 지금은 나라를 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부강하게 만들 훌륭한 인물인지, 아니면 요동돼지처럼 겉보기에는 그럴듯하나 일시적으로 착각을 불러일으킬 뿐인 사이비인지를 가리는 일이 모두 국민의 판단에 맡겨져 있다. 지혜로운 선택을 기대할 뿐이다. 신성순(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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