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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정크본드서 자금이탈 가속

"위험자산 장기 상승장 막 내린다"

금리 조기인상·지정학적 리스크에 지난주 선진국 증시 201억弗 유출


우크라이나·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전 세계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가운데 지난 몇년간 이어진 위험자산의 상승 랠리가 끝나간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 세계 시장의 최근 흐름을 분석해 "주식·고수익채권(정크본드) 같은 위험자산이 매력을 잃고 있다"며 "시장이 마침내 피곤한 기색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9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뉴욕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1,987.98로 정점을 찍은 뒤 현재까지 3% 급락하는 등 전 세계 주식시장은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가 집계한 지난주 선진국 증시유출 자금은 201억달러에 달해 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 역시 이달 들어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정크본드 시장의 자금이탈도 심상치 않다. BoA에 따르면 지난주 전 세계 정크본드 투자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114억달러로 주간 기준 사상 최대에 달했다. CNBC는 투자자들이 다른 채권에 비해 부실화 위험이 큰 정크본드에서 자금을 빼내 미국·독일 국채, 엔화 등 안전자산으로 옮기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의 이 같은 움직임은 표면적으로는 미군의 이라크 공습이나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 간 강 대 강 대립 등 잇따르는 지정학 리스크가 촉발했다. 그러나 상당수 분석가들은 이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방아쇠 구실을 해 장기적 충격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제기했다. J J 키너핸 TD아메리트레이드 수석 전략가는 "시장은 현 상황이 여름철 단기 매도세로 그칠지, 더 큰 충격을 동반한 장기 조정장으로 연결될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최대 리스크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조기인상이다. 천문학적 규모의 달러화를 풀어 위험자산 상승 랠리에 불을 지핀 연준이 금리인상으로 돈줄을 죄면서 자산거품이 일시에 붕괴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키너핸 전략가는 "현재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연준의 금리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FT는 유럽 등 세계 경제의 미약한 회복세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3대 경제국인 이탈리아는 2·4분기에 경기침체에 진입했으며 독일도 경기둔화 조짐을 보이는 형편이다. 도이체방크의 짐 리드 거시경제 분석가는 "미진한 글로벌 회복세로 시장은 더욱 충격에 취약해지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러시아와의 갈등이 초래할 경제적 타격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시장을 둘러싼 여건이 장기 리스크를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견고하고 이에 따라 기업 실적도 꾸준히 개선되는 만큼 전망이 밝다는 주장이다. 사부르 모이니 레이든앤라이겔 고수익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정크본드의 인기가 식긴 했지만 디폴트(채무불이행) 비율은 여전히 낮다"며 "최근의 투매 현상은 늘 있어온 '자명종'과 같다. 시장은 이를 계기로 투자전략을 정비해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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