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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3.0시대, 조화가 답이다] <상> 막오른 주주친화시대

잇단 자사주 매입·배당 확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 높아




지난해 한국 배당성향 15% 세계 평균 40%엔 크게 못미쳐

주주친화 아직 갈길 멀지만 "25%로 올리면 2,240까지 갈 것"

특정일에 몰아서 하는 주총 권리행사 제한해 개선 과제로


시장경제를 추종하는 자본시장에서 주주는 기업을 지탱하는 중심축 가운데 하나다.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이 주주 가치를 높이는 방향과 궤를 같이해야 한다. 이 당연한 원리가 이제 한국 사회에서 작동을 시작한다. 주주 시대는 근대산업화 과정에서 탄생한 재벌중심의 1.0시대, IMF 이후 2000년 초중반까지 주주 목소리가 점차 커진 2.0시대를 거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회복을 위해 기업가 정신이 다시 필요한 시대, 기업과 주주 권익과의 조화를 이뤄야 하는 3.0시대로 옮아가고 있다. '주주 3.0시대, 조화가 답이다'시리즈를 통해 주주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한 길을 모색해본다.

29일 삼성전자(005930)가 대규모 배당 확대 계획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국내 증시에도 모처럼 주주친화정책 확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자사주 매입과 배당은 대표적인 주주친화정책으로 이미 지난해부터 국내 증시를 한 단계 높일 도약대 역할을 부여받았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는 2조1,933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은 2007년 이후 처음이며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현대차(005380) 역시 지난해 4,491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외에도 삼성생명·한화생명·네이버 등 코스피 대형주들이 잇따라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총 자사주 매입 규모는 5조7,351억원으로 전년 대비 238%나 증가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자사주를 매입한 유가 상장사들은 자사주 취득 공시 20일 이후 코스피보다 2.75%포인트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배당 확대 발표도 잇따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까지 2014년 현금배당 규모를 공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신규상장한 씨에스윈드 제외) 45개 기업의 배당금 총액은 2조9,881억원으로 전년 대비 49.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하는 기업은 주가 흐름도 좋다. 2009~2013년 5년간 매년 배당을 실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216곳의 연평균 주가 상승률은 코스피 상승률을 크게 웃돈다. 지난해 배당 실시 기업의 연평균 주가상승률은 17.5%로 코스피 상승률 0.7%보다 16.8%포인트나 높았다. 시장 침체기에도 배당주들은 견고한 모습을 보였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 확산으로 코스피지수는 11.0%나 하락했지만 배당 기업들의 주가는 2.9% 떨어지는 데 그쳤다. 코스닥시장에서도 배당주들은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지난해 코스닥 상장사 중 배당을 실시한 224곳의 연평균 주가상승률은 17.8%로 코스닥지수 상승률(0.7%)을 17.1%포인트 웃돌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자사주 매입은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면서 "특히 기업의 배당 확대는 기업지배구조 투명성 개선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장기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배당확대 방침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의 배당 수준은 글로벌 동종업계와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주당 배당금을 전년보다 54% 늘린 현대차의 배당성향은 11.1%로 BMW(32.1%)·르노닛산(30.6%)·도요타(29.5%)·포드(22%)·폭스바겐(20.6%) 등과 비교해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배당금을 40% 늘린 삼성전자의 배당성향(12.8%) 역시 애플·마이크로소프트·인텔·IBM·시스코 등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 평균(33.4%)에 훨씬 못 미친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의 인색한 배당성향은 한국 증시와 기업을 저평가하게 만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으로 손꼽힌다. 지난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기준의 주요 국가별 배당성향을 조사한 결과 한국의 배당성향은 15%로 전 세계 평균 40%에 크게 못 미쳤다. 특히 영국(53.7%)·프랑스(51%) 등 유럽 국가들과는 3배 넘게 차이 났으며, 이웃 일본(28.2%)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배당수익률 역시 한국(1.3%)은 세계 평균(2.5%)은 물론 미국(1.9%)·일본(1.7%)에도 뒤처졌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국내 주식시장이 저평가 받는 것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아닌 낮은 배당성향 때문"이라며 "상장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외국인뿐 아니라 국내 투자자들도 한국 증시에서 이탈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후강퉁 시행으로 중국 본토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상하이거래소에 상장된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국내 기업의 두 배에 달한다는 지적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기업의 배당성향이 25%까지 늘어나면 코스피지수는 박스권을 돌파해 2,240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낙관한다.

주주 자본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주주총회 역시 아직 후진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주주들의 참여를 제한하기 위해 기업들이 주총을 특정 기간에 몰아서 하는 이른바 '슈퍼 주총 데이'가 대표적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지난해 1·4분기 정기주총에서 분석대상 상장사 388개사 중 무려 82.7%의 주총 일정이 사흘 동안에 몰려 있었다.

주총에서 다뤄질 안건을 주주들이 직접 제안할 수 있도록 한 주주제안을 활용한 사례도 한국은 기업 40곳당 1개였던 반면 미국(S&P500)은 기업 3곳당 1개일 정도로 한국은 주주들의 적극적인 권리 행사가 미흡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주를 단지 자금 조달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국내 기업들은 주주들과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채널인 주주총회마저 주주 참여를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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