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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한 은행파업의 교훈

조흥은행의 파업이 원만히 타결되었으나 은행경영에 미치는 후유증은 오래 갈 것 같다. 파업이 예고됐던 지난 16일부터 5일간 조흥은행을 이탈한 예금이 전체 예수금 50조원의 14%대인 7조원에 이르렀다. 파업 당일인 18일 하루사이에만 3조3,451억원이 빠져나갔다. 파업 종료 후 예금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속도는 매우 완만해, 원상복구 까지는 긴 시간을 요하게 될 전망이다. 돈은 불안한 곳을 싫어하는 속성이 있다. 고객으로서는 파업이 잦은 은행만큼 불안한 곳도 없다. 파업으로 인해 맡겼던 돈을 제 때에 찾지 못해 낭패를 보게 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은행이 도산되기라도 한다면 원금보장도 못 받는 사태를 상상할 수 있다. 고객이 파업은행에 대해 신뢰를 철회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번 조흥은행의 예금이탈은 지난 2000년 7월 금융노조의 총파업 때부터 이미 조짐이 확연하게 나타났었다. 당시 금융노조는 총파업을 선언했으나 우량 은행들이 속속 파업불참을 선언했다. 그러자 파업은행에서 우량은행으로의 급격한 예금 이동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파업은행 가운데서도 하나 둘 이탈자가 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전국의 은행 점포 중 문을 닫은 곳이 단 한군데도 없고, 은행원의 결근율이 13%에 불과한 맥 빠진 파업이 되고 말았다. 파업은 하루 만에 끝났었다. 이번 조흥은행 파업은 그 때와 비교하더라도 무모하기 그지없는 파업이다. 그 때는 은행간에 파업 참여와 불참이 나뉘었지만 이번 조흥은행 파업은 모든 다른 은행이 경쟁자인 상태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개별은행의 단독적인 파업은 문을 닫자는 파업이나 마찬가지로 위험하기 짝이 없다. 조흥은행은 강성노조와 잦은 파업으로 유명하다. 이번의 무더기 예금이탈도 그 같은 부정적 이미지로 인해 더 가속화 한 것일 수도 있다. 반면, 파업이 4일만에 해결된 것도 협상의 성과이기 이전에 예금이탈이라는 강력한 고객의 힘이 작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지금 협상 주체들이 협상결과를 놓고 득실을 따지고 있으나 앞으로는 유사한 사태에서 정부나 노조 보다 고객을 앞세우는 자세가 요구된다. 은행고객은 사업적 이해관계에 의해 은행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은행의 영업환경은 대출을 세일즈해야 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고객의 신뢰를 잃으면 그것은 퇴출을 의미한다. 고객에 의한 구조조정이다. 앞으로 은행노조는 파업을 하기 전에 이점을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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