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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이세돌에 대역전 우승
입력2001-05-22 00:00:00
수정
2001.05.22 00:00:00
2연패후 3연승…통산 100회 정상 밟아이창호 9단은 "승부가 끝나기 전까지는 어떤 말도 하지 않겠다"고 인터뷰에서 담담하게 말했다. 지난 2월 LG배 결승 1,2국에서 후배 이세돌 3단에게 속절없이 2연패를 당한 뒤였다.
그랬던 이 9단이 21일 비로소 입을 열었다. "2연패 후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편안하게 임할 수 있었다." 그것은 우승 인터뷰였다.
막판까지 예측불허의 접전을 연출한 제5회 LG배세계기왕전이 세계최강의 관록을 지닌 이창호 9단의 극적인 역전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처음 1,2국이 '무서운 이세돌 돌풍'이란 평가를 낳았다면 나머지 3,4,5국은 '과연 이창호'라는 감탄사로 마무리 됐다.
이 9단은 21일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털 호텔 특별대국실에서 벌어진 결승 5번기 최종국에서 이세돌 3단에 229수만에 백불계승을 거뒀다. 이로써 이 9단은 2연패 후 3연승의 대역전에 성공하며 종합 3승2패로 우승컵을 안았다. 우승상금 2억 5,000만원.
이 9단은 1,3회에 이어 이 대회 3번째 우승에 성공했으며, 89년 14살의 나이로 KBS바둑왕전 우승을 이룬 이래 이날 까지 국내, 국제기전을 통틀어 통산 100회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 9단은 인터뷰에서 "오늘 우승하면 100회째란 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통산 우승횟수 1위는 152회의 조훈현 9단.
이 9단은 또한 세계대회 결승에 14번 올라 13번째 우승을 달성, 결승전 우승확률을 92.8%로 높였다. 유일한 세계대회 결승전 패배는 지난 99년 제1회 춘란배에서 스승 조훈현 9단에게 당한 것이다.
제 아무리 세계최강이라지만 이미 세계정상급 기사의 반열에 오른 '불패소년' 이세돌 3단을 상대로 초반 2연패 후 3연승의 역전극을 펼치리라곤 누구도 예상 못했다.
지난 15, 17일 3~4국을 힘겹게 따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이 9단은 이날 한치 양보 없는 전투바둑으로 팽팽한 접전을 펼치던 종반, 좌상귀 접전 패싸움에서 바꿔치기로 결정적인 승기를 잡은 뒤 특기인 빈틈없는 마무리로 항서를 받아냈다.
이 9단은 국후 "이 3단의 기력이 충분해 2연패는 얼마든지 당할 수 있는 일"이었다며 "2연패 후 부담을 벗고 편안하게 3,4,5국에 임한 것이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한편 우승 일보 직전에서 막판 3연패로 주저 앉은 이세돌 3단은 "3국에서 좋은 바둑을 놓친 것이 아쉽지만 무엇보다 경험이 부족하고 실력이 모자랐다"며 "3연패의 충격이 당분간 가겠지만 쓰디쓴 보약으로 삼아 더욱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이 3단은 비록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최종 5국까지 세계최강 이 9단을 상대로 전혀 위축되지 않은 바둑으로 맞서 향후 이 9단의 강력한 도전 상대가 될 것이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현재까지 이 9단과 이 3단의 상대전적은 5승3패로 이 9단의 우세다.
김후영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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