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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식물들 스트레스 위험수위"

온난화로 농산물 특산지 갈수록 '북상'…사과 대구?영월·한라봉 제주?거제로 옮겨가<br>저항성 강한 소나무는 잎색깔 벌겋게 갈변…가을 보리도 생육 부실해져 수확량 줄듯


‘춥지 않은’ 겨울 날씨가 계속되면서 식물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인간에게야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체감하는 온도가 상승하는 수준이겠지만 식물에 있어 최근의 이상고온은 ‘생사(生死)’와 직결된 문제다. 지난 9~12일 제주도에서 과학기술부 주최로 열린 ‘지구온난화 대응기술의 현재와 미래’ 범부처 워크숍에서는 이처럼 생존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한반도 식물 생태계 문제가 집중 제기돼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우려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온난화, 지역 특산물 지도가 바뀐다=“농산물 특산지가 바뀌고 있습니다. 사과는 대구에서 영월로, 녹차는 보성에서 강원도 고성으로, 한라봉은 제주에서 거제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당시 워크숍에서 주제 발표자로 나선 환경부 측은 “대한민국의 특산물 지역이 바뀌고 있다”는 한마디 말로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압축해 표현했다. 온난화로 기존 주산지 위로 재배한계선이 ‘북상’하면서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연평균 기온 7~14도의 환경에서 일교차가 커야 재배가 수월했던 사과는 오히려 강원도에서 더 많이 수확되고 있다. 녹차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강원도 농산물이용시험장의 경우 2004년 4월 춘천시와 고성군에 각각 3300㎡의 녹차 시험포를 짓고 녹차재배 실험을 해 보성이나 하동 못지않은 품질 좋은 녹차를 얻는 데 성공한 상태다. 한라봉과 감귤 재배는 경남과 전남 지역으로 뿌리를 내렸다. 이처럼 그간 특정 과일에 붙어 그 자체로 소비자에게 높은 품질을 보증해왔던 각종 지역명의 브랜드 가치에도 큰 폭의 교통정리가 이뤄져야 할 상황이다. ◇저항성 강한 소나무도 스트레스에 신음=우리나라 침엽수의 대표수종인 소나무가 받는 스트레스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연구결과도 함께 보고됐다. 소나무가 받는 스트레스는 일반인도 시각적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잎 색깔이 진한 녹색 빛깔을 잃고 군데군데 벌겋게 갈변된 것들이 바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소나무다. 국립산림과학원 성주한ㆍ조재형ㆍ김영걸 박사팀은 당시 워크숍에서 ‘이상기상이 소나무와 잣나무 피해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특히 가을철 장기적인 가뭄과 겨울철 이상고온 현상에 의한 수목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성 박사에 따르면 겨울잠을 자는 동물처럼 나무 역시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축적해야 한다. 그러나 9~10월에 일어나는 극심한 가뭄으로 광합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충분한 에너지를 만들지 못하고 오히려 (고온ㆍ가뭄 등의) 방어에 힘을 쓰게 돼 쇠약한 상태로 겨울을 맞게 된다”는 게 성 박사의 설명이다. 여기에 겨울철인 1~3월 평균기온이 과거보다 2~3도가량 높아지면서 수분 스트레스를 더 빨리 받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성 박사는 “여기에 전년도 9~10월에 입은 스트레스까지 겹쳐 스트레스에 강한 심근성 수종인 소나무조차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리 등 곡물 수확량에도 큰 변화=당장 가을보리 수확도 ‘발등의 불’이다. 농업과학기술원 심교문ㆍ김건엽ㆍ이정택 박사팀은 ‘기후변화가 가을보리의 수량구성 요소와 생육단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따뜻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서늘하고 건조한 기상환경에 적응하는 작물인 가을보리 등의 작물 생육과 수량에 큰 변동이 예상되고 있다”고 관측했다. 연구 결과 춥지 않은 겨울날씨가 본격화한 14년(1987~2000년) 동안 생육 재생기의 가을보리 출현초일은 과거 26년(1974~2000년) 출현초일보다 5일이나 일찍 나타났다. 반면 월동기간은 평균보다 9일 짧아지고 유묘(어린 모종) 기간과 분얼기(식물의 땅속에 있는 마디에서 가지가 나오는 시기)는 3일 길어지는 등 성장 사이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굵직한 변화들이 속속 확인됐다. 김 박사는 “보리 품종의 수량에 영향을 줬던 생육 단계별 기상요소로 기온이 정(+)의 상관관계를 보였다”며 “이는 월동 기간과 이후 생육단계에서 기상요소가 수량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장은 아니지만 가을보리가 몸에 싹이 나려면 저온을 한 번 겪어야 하는 ‘추파성(秋播性)’을 가지고 있는데 온난화로 이 개념이 사라질 수도 있다”며 “이 경우 발아가 지연되고 생육이 부실해지는 등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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