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비드 코언 미국 재무부 차관 내정자(현 차관보)가 10일 우리나라를 전격 방문해 이란에 대한 금융제재를 더욱 강하게 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우리 정부도 추가적인 대이란 제재안을 마련해 보조를 맞출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와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코언 내정자는 이날 오전 과천 기획재정부를 방문해 최종구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 등 국제금융 담당자들과 면담을 가졌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란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계속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며 "미국 측은 이란이 국제금융 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미 고위관료가 대이란 제재를 촉구하기 위해 우리 정부를 공식 방문한 것은 지난해 8월 로버트 아인혼 국무부 조정관 이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코언 내정자는 '저승사자'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미국 정부 내 대표적 금융제재 강경파로 지난 1월 스튜어트 레비 전 재무부 차관 후임으로 지명돼 공식 취임을 앞두고 있다. 코언은 5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이란과 북한에 광범위한 금융압박을 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이들 두 나라에 제재를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대이란 제재 강화를 미국이 재차 촉구하면서 우리 정부의 향후 조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전세계가 이란 금융제재에 공조하는 만큼 우리로서도 일정 수준의 공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시중은행에 개설된 이란 중앙은행 원화결제 계좌가 폐쇄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 또 지난해 10월 이후 영업정지된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은 사실상 철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멜라트은행 측은 최근 우리 금융당국에 서한을 보내 영업중단이 계속될 경우 한국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철수한다고 해도 이란 중앙은행과 원화결제 계좌로 수출입대금이 처리되고 있어 별다른 문제가 없다"며 "당장 철수하지는 않을 것인 만큼 관련 기관과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양측은 대북 금융제재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 은행 지점을 개설한 이란과 달리 우리 금융당국과 협의해 공조할 만한 사안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대북 금융제재는 미 재무부가 자체적으로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우리 정부와 협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