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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교수팀 '난자의혹' 왜 여기까지 왔나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은 꼴이 됐다. 황우석 교수팀은 난자출처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부터 일관되게 문제가 없다는 식의 입장을 취해 왔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이것이 오히려 더 큰 화를 불러왔다. 과학자에게 요구되는 정직성에 스스로 상처를 낸 셈이다. 황 교수팀는 난자의혹이 제기됐을 당시부터 지금까지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이를 놓치고 말았다. 이는 물론 황 교수팀만의 잘못은 아니다. 국내 과학계 전체적으로 생명윤리에대한 인식부족에서 기인한 측면이 강하다. 황 교수팀 난자채취를 둘러싼 윤리논란은 지난해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황 교수팀이 체세포핵이식 복제기술을 이용해 인간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는 눈부신 업적을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게재하고 난 3개월 뒤 `일'이 벌어졌다. 사이언스와 경쟁관계에 있는 영국 과학잡지 네이처가 난자출처에 대한 의문을던진 것이다. 네이처는 2004년 5월호 기사를 통해 "황 교수팀 연구실의 박사 과정 여학생 등 연구실 여성 2명이 줄기세포 연구과정에서 난자를 기증했다"면서 윤리적문제를 처음 제기했다. 네이처가 난자 제공자로 지목한 당사자는 처음에는 이 사실을 시인했다가 바로 영어가 서툴러서 생긴 오해라며 난자 제공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결과적으로 윤리문제가 발생했는데도 사안의 심각성을 간과하고 덮어버린 셈이다. 당시 황 교수팀이 줄기세포 연구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남김없이 투명하게 재검토해 한점 의혹없이 공개하고, 만약 잘못이 있었다면 솔직히 시인하고 재발 방지책을 내놓은 뒤 앞으로는 제대로 된 윤리규정과 절차에 따라 엄격하게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 때의 상황을 되짚어 보면 그 당시 비단 황 교수팀뿐 아니라 국내 과학계가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 생명과학 윤리기준에 얼마나 어두웠는지 짐작할 수 있다. 서울대 수의대 기관윤리심사위원회(IRB)가 황 교수팀의 난자의혹을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연구원들은 연구과정에서 난자가 모자라자 난자기증을 '좋은 일'로 생각하고 자발적으로 난자제공에 나섰으며, 네이처가 연구원의 난자기증 사실을문제삼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들의 행동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국내 생명과학 연구자들이 세계적으로 적용되는 생명연구의 윤리적 기준과 관행에 얼마나 무지한지 여지없이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어쨌든 과학연구에서 생명 윤리규정은 국제 과학계의 관행이며 좋든 싫든 따라야만 하는 게 현실인데, 우리나라의 과학계가 연구자들에게 과학정신을 포함해 인문적 가치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황 교수팀이 윤리논란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는 이후에도 있었지만 황교수팀은 외면했다. 한국생명윤리학회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세차례에 걸쳐 "난자의 출처를 밝혀라"는 공개질의서를 보내고, 배아줄기세포연구에 대한 윤리적 문제를 논의하자며 공개토론을 제안했으나, 그 때마다 황 교수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우리의 연구성과를 폄하하려는 것", "만날 용의는 있지만 공개토론 형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거부, 윤리의혹을 말끔히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한동안 잠잠했던 여성 연구원 난자 제공 의혹은 지난 12일 제럴드 섀튼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가 황 교수팀과 결별을 선언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하지만 황 교수는 섀튼 교수가 난자취득 과정에 대해 비난하며, 갈라선 직후에도 CNN 주최로 열린 미디어 콘퍼런스 강연에서 "지금까지의 모든 연구는 정부가 정한 윤리 가이드라인을 엄격하게 준수하며 진행됐다"고 말해 난자의혹을 해소하기 보다는 키운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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