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0월 운전자들은 귀가 번쩍 뜨일만한 소식을 접하게 된다. “평균 15% 저렴한 자동차보험 등장”. 자동차보험 직판 손해보험사인 교보자동차보험이 출범한 것이다. 설계사 수당 등을 없애 보험료를 평균 대폭 떨어뜨린 자동차보험은 가격에 민감한 젊은 운전자들을 중심으로 영업초기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는다. 영업 개시 1년도 안돼 교보자보의 시장점유율은 2%를 넘을 만큼 급성장했다. 결국 교보자보의 성공적인 시장 진입에 충격을 받은 기존 손보사들도 발빠르게 대응했다. 2002년 5월과 11월 제일ㆍ대한화재 등 기존 손보사들이 이 시장에 진입했고 2003년 12월과 2004년 1월에는 교원나라ㆍ다음다이렉트 등 온라인전용자동차보험사들이 설립됐다. 현재 자동차보험을 직판하는 손보사는 모두 11개. 삼성화재를 제외한 모든 손보사들이 온라인 판매에 나섰으며, 현대해상은 아예 온라인 자동차보험 부문을 분사해 내년 4월 별도의 자회사까지 차릴 예정이다. 손보사들이 속속 이 시장에 진출하면서 전체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온라인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003회계연도(2003.4~2004.3) 4.5%에서 지난해 7.2%로 뛰어올랐고 올해 들어서는 지난 8월말 현재 9.4%를 기록, 10%대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이렇게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자동차보험 직판은 보험료 할인과 가입 편의성이라는 혜택을 계약자에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미 심각한 경쟁속에 있는 자동차보험 공급자 측면에서는 온라인 자동차보험에 대한 시각이 엇갈린다. 예금보험공사는 최근 ‘온라인 자동차보험 산업의 현황 및 향후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온라인 자보산업이 선발국의 경우 처럼 수년 내 40% 대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한 후 포화상태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예보측이 정작 우려하고 있는 대목은 그 다음이다. 온라인 자보시장이 포화상태에 도달하면 온라인 자보시장에서의 과당경쟁으로 결국 오프라인 자보시장의 가격할인이 불가피해지고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중소형보험사는 중소형사끼리의 합병 또는 대형사와의 M&A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예금보험공사의 분석이다. 김해종 예금보험공사 리스크관리2부 팀장은 “온ㆍ오프라인 보험사 모두 사전에 대비하지 않을 경우 덤핑 판매에 따른 부실화를 막기 힘들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일부 보험사들이 퇴출되는 등 구조조정이 벌어질 경우 과거와 같이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사회적 손실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하기 이전에도 자동차보험 직판이 손보업계에 위기를 몰고 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온라인 자동차보험의 지나친 가격 할인과 예상을 뛰어 넘는 사업비 지출로 중소형사의 경우 재무 구조가 급격히 악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교보, 다음, 교원나라 등 온라인자동차보험사의 경우 지난 8월말 현재 실제 사업비율이 25%~40%에 달했다. 이들 3사가 적정한 수준으로 보는 예정사업비율은 18%~22%에 불과하다. 기존 손보사들의 온라인 자동차보험 부문의 사업비 초과도 같은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자동차보험 직판이 아직은 사업 초기이므로 IT투자와 마케팅에 상당한 자금이 투자될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라 사업비 초과는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문제는 직판 시장에서의 경쟁 역시 심각해져 가는 상황에서 온라인 자동차보험의 사업비 부담이 기대대로 조만간 해소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오히려 격화된 경쟁으로 더 많은 마케팅비용이 필요해 지고 이에 따른 사업비 초과로 수익구조는 더욱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미 온라인 상품과의 경쟁을 위해 오프라인 자동차보험의 보험료가 상당 폭 인하됐고 이에 따라 자동차보험 직판의 가격 경쟁력 또한 초기에 비해 약화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한 반론 역시 만만치 않다. 또 온라인 자동차보험 이라는 사업 모델이 부딪히게 될 어려움을 예상했던 만큼 그 대책 역시 수립돼 있다는 설명이다. 신창훈 교보자동차보험 마케팅담당 상무는 “온라인 자동차보험 상품의 가격은 이미 금융당국으로부터 검증된 것이므로 이제 와서 싸냐, 비싸냐를 얘기할 수 없는 것”이라며 “또 최근의 가격 경쟁은 온라인상품에 따른 것 이라기 보다는 각 손보사들이 자사의 전략과 특성에 맞게 적정한 보험료 수준을 찾아 나가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은 우리나라 자동차보험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지 자동차보험 직판에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선진국 보험사처럼 일반ㆍ장기보험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수익기반을 넓혀 나가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분명 온라인 자보 시장은 전용 보험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과 수익원 창출에 나서고 있다. 마케팅 비용 절감 차원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인 바운드(In-bound) 중심의 마케팅 전략을, 특정 고객을 겨냥한 아웃 바운드(Out-bound) 영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또 자동차보험과 함께 일반보험을 판매하는 등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특히 온라인 자동차보험사들은 수년간 영업 활동으로 축적된 상당한 양에 달하는 고객 정보를 활용할 수 있어 다른 상품을 판매할 때도 효율성을 극대화 시킬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성장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부 부작용과 낙관적이지 못한 일각의 전망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자동차보험은 이미 ‘시대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이제 이런 과제들을 어떻게 극복해 성공의 ‘밑거름’으로 만들어 나갈 것인가 하는 과제만 남아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