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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의 역습 현실로

유럽 MMF 단기 금리 마이너스<br>이자 주기는커녕 원금 손실 위기

주로 1년 이하 단기투자 상품에 투자하며 시중금리에 따라 수익률이 좌우되는 유럽 머니마켓펀드(MMF)가 역내 안전자산 쏠림현상으로 단기금리가 마이너스 행진을 하자 고객에게 이자를 주기는커녕 원금보전도 못할 위기에 처했다고 4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경제 불확실성에 푼돈이라도 벌려는 안전자산 쏠림현상이 결국 원금손실이라는 역풍으로 돌아오는 '안전자산의 역습'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 특히 유럽 MMF 규모는 1조1,000억유로에 달해 큰 파장이 예상된다.

FT에 따르면 골드만삭스ㆍJP모건ㆍHSBC 등 유럽시장에서 가장 큰 4개 MMF 운용사는 최근 투자자에게 원금을 보전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통보하는 문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특히 이런 현상은 MMF 중에서도 국채 등 최대한 안전한 곳에 투자하는 상품에서 두드러졌다.

이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경제위기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장기화되자 독일ㆍ프랑스 단기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몰리며 금리가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2년 만기 국채금리는 지난 7월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선 후 현재까지 나흘을 제외하고는 매일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7월 유럽중앙은행(ECB)이 초단기 예치금리를 0.25%에서 0%로 낮춘 후 이런 현상이 본격화했다. 가장 안전한 투자처로 꼽히는 ECB마저 이자를 주기는커녕 수수료를 걷어가기로 하자 MMF도 수익은커녕 원금까지 보전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오희성 국제금융센터 차장은 "지속적인 금리인하가 공공연히 예상됐지만 고객의 여유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하는 MMF로서는 우량국 국채 외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을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결국 꼼짝도 못하고 손실을 떠안게 됐다"고 진단했다.

안전자산의 역습이 현실로 다가오자 펀드매니저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70억유로의 유럽 MMF를 운용하는 HSBC의 조너선 커리 글로벌투자 부문 이코노미스트는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도래하며 투자자들이 유럽 MMF에서 하나둘씩 떠나고 있다"면서 "이를 막기 위해 펀드 정관을 개정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투자자들도 자금을 안전한 곳에 맡기려면 오히려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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