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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베버 사임, 독일에 악재 아니다

악셀 베버 분데스방크(독일 중앙은행) 총재가 예상치 않게 사임을 발표한 것은 (독일에게) 단기적으로는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되레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독일이 유럽중앙은행(ECB)을 입맛에 맞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차기 총재직에 반드시 독일인을 앉혀야 한다는 부담을 덜어줬기 때문이다. 베버 총재의 뜻밖의 사임 발표는 그가 ECB 총재라는 막중한 자리의 부담감을 감당하지 못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나 그가 내세운 이유도 납득은 간다. 그는 ECB의 회원국 국채매입 조치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등 '분명한 입장'을 취해왔는데 정치인들은 자신에게 너무나 적대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즉 자신은 성향이 너무 뚜렷해서 복잡한 국제기구를 이끌 수 없다고 인정한 것이다. 유로존이 독일에 어떤 혜택을 줬는지 특히 ECB의 역할이 어떠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독일 10년물 국채의 수익률은 지난 1977년(당시 서독)부터 1998년까지 평균 7.2%였다. 1999년 유로존 출범 이후 지금까지의 평균 수익률은 4.1%다. 물가 상승률은 1949년부터 1998년까지 평균 2.8%였지만 유로존 가입 이후로는 평균 1.5%로 둔화됐다. 유로존은 또한 독일이 통화위기를 겪지 않도록 보호막이 돼주었다. 독일이 현재 위기를 겪는 이웃 회원국들을 도와주면서 다소 재정적 부담을 질 수는 있지만 크게 부담되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ECB의 재정위기 타개책에 대한 베버 총재의 강경한 반대입장은 독일 내부에서 지지를 얻을 수는 있다. 하지만 ECB의 개입은 유로존 내부에 금융권과 국가부채의 위기를 다룰 제대로 된 메커니즘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스템적 결함은 유로존의 통화 안정이나 독일의 재정 상태를 훼손하지 않고서도 고쳐질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유로존 회원국들이 독일의 이해에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ECB가 회원국들의 이해를 골고루 만족시키도록 운영할 수 있는 총재를 뽑는 것이다. 독일은 자국인이 ECB 총재가 못 된다고 해서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 ECB는 독일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데 한 역할을 해왔다. 독일은 ECB가 앞으로도 이 역할을 계속할 것으로 기대해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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