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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9월 17일]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

필자는 지난 1970년대 중반까지 전깃불도 없었던 시골에서 7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요즘은 자식 둘만 해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인데 먹고살기 힘든 그 옛날에 일곱이나 키웠으니 우리 부모님이 얼마나 힘드셨을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하지만 자식을 낳아 기른다는 게 어디 의무감이나 고통일 뿐이랴. 모든 부모들이 그렇듯이 나도 내 아이들이 태어나 그 고사리 손을 감싸 쥐었을 때, 아이들을 품에 안았을 때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꼈다. 자고이래로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은 기성세대의 의무이자 희망이고 행복의 원천이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는 이런 저런 이유로 아이 낳기 파업에 들어간 것 같다. 한 가정의 출산율이 1.19명으로 이미 세계 최저 수준인데 올해는 이보다 더 떨어진 1.12명이 될 것이라고 한다. 어떤 인구문제전문가는 "한국은 지구촌에서 사라지는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한다. 아직은 베이비붐 세대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하지만 10년 내 이 세대가 은퇴하게 되면 경제활동 인구 부족으로 경제ㆍ사회적 침체를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지금은 일하는 인구 7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고 있으나 오는 2020년에는 5명이, 2050년에는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젊은 사람들은 젊은 사람대로 부모님을 모시느라 힘든 생활이 될 것이고 평생 일하다 은퇴 이후 노년의 여유를 누려볼까 하던 부모들은 그들대로 면구스러운 세월이 될 것이 분명하다. 저출산의 원인이 사회ㆍ경제ㆍ문화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단기간 내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정부의 역할이 가장 크지만 정부만의 힘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기업이 해야 할 일들도 있고 종교계나 사회지도층ㆍ언론의 역할도 따로 있다. 분명한 것은 국가와 민족의 장래가 달린 중요한 문제라는 점이다. 1970~1980년대의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저출산 운동을 1990년대 중반부터라도 출산장려운동으로 빨리 전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지만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다. 7월 전경련의 보육지원시설 건립 행사에 참석한 예닐곱살의 아이들이 밝은 웃음으로 뛰어 노는 모습을 보고 이 귀여운 아이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새싹들이라는 희망찬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아이들이 경제활동을 할 즈음이면 저출산의 문제를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걱정도 됐다. 하나만 낳아 잘 키우겠다는 부모의 마음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장래의 큰 짐이 된다는 것을 젊은 부모들은 빨리 깨달아야 하고 사회는 양육 부담 줄이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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