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갑은 4ㆍ9 총선에서 대변인 출신들의 격전이 벌어지는 곳이다. 재선을 노리는 최재천 통합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에 한나라당 비례대표인 진수희 의원이 출사표를 내밀었다. 진 의원은 지난해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경선 캠프 공동대변인으로 활약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정무분과 간사를 맡았다. 경선 캠프 대변인에 이어 인수위로 직행하며 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과시했다. 당 내 공천에서도 큰 어려움 없이 공천권을 따낼 정도로 기반이 탄탄하다. 최 의원은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의 대변인을 맡아 예리한 논리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각종 의혹을 앞장서 제기하며 공격의 첨병 역할을 도맡았다. 최 의원은 이번 당 내 공천 과정에서는 정병채 대한법률중앙회 법률연구위원장과의 공천 경쟁을 벌이게 되며 최 의원이 정 위원장을 제칠 경우 여권과 야권의 ‘입’들이 국회 입성을 목표로 한판 대결을 벌이게 된다. 공교롭게도 진 의원과 최 의원은 정 전 대선후보와 이 대통령의 전직 대변인들로 이번 총선으로 정 전 후보와 이 대통령이 사실상의 대리전을 벌이게 됐다. 최 의원은 고향인 해남 출마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그동안 꾸준히 관리해온 성동갑을 지역구로 결정했다. 이재오 의원의 측근이기도 한 진 의원은 비례대표 초선임에도 당 내에서 탄탄한 입지를 쌓으면서 총선에서 지역구 공략의 첨병으로 나서게 됐다. 지역 특성상으로도 높은 관심이 모으고 있다. 성동구는 최근 재개발이 급격히 이루어지면서 ‘강북의 강남’이라는 별칭이 붙은 곳. 강남권에 비해 개발이 덜 돼 상대적으로 경제적 소외감을 많이 받아왔지만 지난 2000년 이후 서울 숲 등의 재개발 바람이 불며 최근 들어 경제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도전장을 낸 진 의원은 최 의원의 지역적 아성을 무너뜨려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지내면서 이 지역의 지역 개발에 앞장 섰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최 의원은 한나라당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지역 중산층의 표심에 적극 호소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최 의원 측은 지역구에서 4년 이상 활발한 활동을 벌이며 지역 기반을 탄탄히 다져놓았기 때문에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대변인 출신답게 두 사람의 대결은 날카로운 정책 논리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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