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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멜리사'와 `체르노빌' 사이에서
입력1999-04-28 00:00:00
수정
1999.04.28 00:00:00
金仁模 국제부장3월말 멜리사 바이러스의 공포에 이어 최근 체르노빌(CIH) 바이러스가 정보통신부를 비롯한 관청과 기업, 대학연구소 등을 휩쓸고 지나가자 전염 경로 등에 대한 진단과 대응책 마련에 온 나라가 부산한 모습이다.
특히 멜리사 때와는 달리 체르노빌의 피해가 아시아와 중동, 그 가운데서도 한국과 터키에 집중되자 Y2K(컴퓨터 2000년도 표기 오류)의 위험을 눈앞에둔 관계 당국과 국민들의 당혹감은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따라서 예루살렘, 미켈란젤로 등으로 이어지는 단순한 컴퓨터 바이러스의 대공습으로 치부하고 적극적인 백신 보급을 강조하는 예방학에 그칠 일만은 아닌 것같다.
우선 멜리사가 「유행성 독감」이라면 체르노빌은 「콜레라」에 비유할 수 있다. 멜리사는 공기를 매개로 하는 독감처럼 E 메일 등을 통한 전염의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지만 컴퓨터의 시스템이나 하드웨어를 파괴하기 보다는 통신을 마비시키는 교통대란과 비슷하다. 반면 체르노빌은 하드디스크를 짓뭉게고 입출력 장치인 바이오스(BIOS)를 뇌사시켜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
발병일도 예고하지않고 번진 멜리사가 미국에서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별다른 맹위를 떨치지 못한데 비해 체르노빌 원전사고 13주년인 26일을 타깃으로 삼은 체르노빌이 훨씬 더 큰 피해를 입힌 사실은 흥미롭다.
우리의 정보화 수준이 미국에 훨씬 못 미치지만 「콜레라」를 옮기는 불량 식품이 주위에 범람하고 있음을 증명해준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실제로 96년말을 기준해 볼때 인구 100명당 퍼스널 컴퓨터 보급 대수는 미국이 36.35대 수준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3.23대 정도다. 그러나 PC 100대당 인터넷 호스트를 비교해 보면 미국이 10.47대인 반면 우리나라는 1.1대에 그쳐 그 격차가 더욱 넓어진다.
네트워크를 통한 바이러스 감염도는 아직 낮지만 무분별한 불법 복제 등을 통한 감염 확대 가능성이 높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증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타이완에서부터 유포된 체르노빌이 기승을 부린 이면에 컴퓨터 잡지들이 부록으로 배포한 무료 CD가 일조를 했다는 사실은 네티즌들의 컴퓨터 마인드가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
하여튼 전기가 발명되기 전에는 누전으로 인한 화재가 있을 수 없었듯이 컴퓨터가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서기 전에는 바이러스로 인한 고통도 없었다.
따라서 최초의 컴퓨터 바이러스로 알려진 브레인 바이러스가 지난 85년 자신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이 무분별하게 복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파키스탄의 한 프로그래머 형제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아이러니컬 하기까지 하다.
런던대학의 알렉산더 플레밍 교수가 1928년 곰팡이에서 추출한 페니실린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최고의 위력을 발휘한 발명품이 됐다. 하지만 이에 앞서 각종 곰팡이의 공격으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는데 쓰이던 보르도액(BORDEAUX MIXTURE)은 포도주의 주산지인 프랑스 메독지방에서 포도 서리를 막기 위한 민간요법에서 비롯됐다.
황산구리와 석회를 섞은 보르도액을 길가의 포도에 뿌리면 나쁜 맛을 내 개구장이들의 짓궂은 손길을 막아주었는데 1885년경 보르도대학의 피에르 마리 알렉시스 미야르데 교수는 보르도액이 각종 농작물의 피해를 줄여준다는 사실을 알아냈던 것이다.
해커들의 세계에서는 해킹이 컴퓨터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필요악이라고 주장한다. 또 컴퓨터 바이러스를 제작한 프로그래머나 해커들은 그 사실이 알려진 다음 으레 정보통신업계의 전문가로 취업하는 게 우리나라에서도 상례다.
하지만 도스에서 :START/ MKDIR DIR/ CD DIR/ GOTO START라는 단 4줄짜리 배치파일이라도 만들어 실행해 보라. 무한소수처럼 끝없이 돌아가는 컴퓨터의 단순한 무모함에 놀라게 될 것이다.
플레밍 교수가 세균을 배양하는 패트리 접시에서 페니실린을 발견해 냈듯 해커들은 자신의 실험실을 넘어서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하며 그 유혹을 막기 위해서라도 네티즌들은 더이상 바이러스에 무작정 노출되는 불운을 겪지 말아야 할 것이다. /IAKIA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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