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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설화서 배금주의 물든 현대인을 보다

국립오페라단 창작 오페라 '처용' 26년만에 무대 올려<br>향락ㆍ부패 빠진 신라말 시대상<br>인간성 상실한 현대사회에 투영<br>대본ㆍ음악 보완 극 긴장감 높여

처용 설화를 모티브로 하는 창작 오페라 '처용'이 초연 이후 26년만에 무대로 돌아온다. 국립오페라단이 내달 8~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선보이는 '처용'은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현대 사회를 우회적으로 꼬집는다. /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서라벌 밝은 달 아래/ 밤 깊게 노닐다가/ 들어와 자리를 보니/ 다리가 넷이도다/ 둘은 내 것이지만/ 둘은 누구의 것인고/ 본래 내 것이다만/ 빼앗긴 것을 어찌하리.'

8구체 향가'처용가'다. 처용이 아내를 범한 역신(疫神·전염병을 옮기는 신) 앞에서 자신이 지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춰 귀신을 물리쳤다는 내용이다. 1,000년이 넘는 세월을 지나온 이'처용 설화'가 현대 오페라로 다시금 태어난다. 국립오페라단은 내달 8∼9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창작 오페라'처용'을 올린다. 1987년 초연 이후 26년만의 무대 귀환이다. 누구나 한 번은 들어봤을 법한'처용설화'를 모티브 삼아 우리 말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훨씬 대중적이고 친근감을 자아낸다.

흔히'처용설화'를 이야기할 때 부인의 외도를 눈 앞에서 보고도 체념하고 용서를 베푼 처용의 넉넉한 아량을 떠올린다. 창작 오페라'처용'은 이 같은 일반적인 관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새롭게 버무렸다. 사치와 향락에 빠진 신라 말기의 시대상을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현대 사회에 투영시킨 것.

'처용'을 무대에 구현한 양정웅 연출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신라는'황금의 나라'로 불렸지만 결국 배금주의 때문에 멸망으로 치닫지 않았느냐"며"풍요와 물질만능주의가 넘쳐나지만 휴머니티(인간성)를 점점 잃어가는 오늘날 우리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오페라'처용'이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착안해 무대 콘셉트도'황금 감옥'(황금 칠을 한 감옥)으로 잡았다. 배경은 통일신라가 아닌 오늘날 서울 압구정동으로 옮겨왔다. 의상 역시 현대적 모습을 최대한 살렸다. 처용은 양복을 입고 바(bar)에서 술을 마시며 여인을 만난다.

극에서 처용은 향락과 부패로 망해가는 나라를 구하러 온 몽상가이자 이상주의자로 그리고 있다. 처용 역을 맡은 테너 신동원은"신이 가진 절대성과 인간의 나약함이 공존하는 인물"이라며"세상을 구하고자 하는 의지는 강한데, 막상 부딪히는 여러 장애물을 마주하며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을 녹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소프라노 임세경은 혼탁한 사회에 내던져진 나약한 인간을 대변하는 가실 역을, 바리톤 우주호는 나약한 인간의 본성을 유혹해 극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이끄는 역신 역할을 맡았다.



극의 음악은 초연 때와 같이 작곡가 이영조(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가 매만졌다. 1987년 오페라'처용'이 첫 선을 보였을 당시 한국 전통과 서양음악 기법이 잘 어우러진 수작이란 평가를 받았다. 특히 각각의 등장인물을 상징하는 음악적 주제가 반복되는 바그너의 유도동기(Leitmotiv) 기법으로 인물의 심리적 변화를 선명하게 표현해내 화제를 모았다.

이 작곡가는"26년 전에 비해 대본을 많이 보완하고 소리도 현대적으로 바꿨다. 굉장히 성장한 처용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서양의 악기를 그릇이라고 보고 거기에 우리나라 음식을 정성스레 담는 마음으로 다듬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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