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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에서의 재회
입력1999-03-09 00:00:00
수정
1999.03.09 00:00:00
국립현대미술관이 과천으로 이사간 후 12년만에 다시 도심미술관으로 태어난 이곳에서 잊지 못할 작품을 다시 만나게 되어 무척이나 반가웠다. 장우성화백의 1935년 작품인 「귀목」이 그것이다. 노을진 석양에 한 목동이 풀을 베어 등에 지고 들꽃이 가득한 길을 따라 소를 몰고 귀가하는 그림이다. 일제 식민지하에서도 우리 농촌의 평화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담겨있는 이 그림을 처음 만난 것은 작년 3월 이었다. 정부조직개편으로 폐지된 어느 기관의 물품을 전부 인수해 왔는데 그 잡동사니 속에 이 그림도 들어 있었다.정부수립 이후 50년동안 공공기관 사무실벽에 걸어두었던 서화류는 정부자산으로 등록되지 않았다. 70년대까지만 해도 국전에 입상한 작품이 일반인에게 팔리지 않아 공공기관이 각각 몇점씩 구입해주거나 기증받기도 했다. 특히 재외공관이나 문화원은 미술품의 해외 전시공간으로 많이 활용되기 때문에 기증받은 작품이 상당수 있음을 보았다. 그러나 낡은 타자기 한대만 없어져도 변상을 해야하는 엄격한 관리체계 아래서도 미술품은 물품으로 분류하기가 어렵다고 하여 관리대상에서 제외됐던 것이다.
오늘날과 같이 문화나 지식, 정보 등이 중요시되는 시대에는 정부의 어떤 물품보다도 미술품의 자산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의 문화적 자산이 유실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제조사를 하고 3만여점을 등록시켰을 뿐만 아니라 전문위원을 위촉해 감정까지 마쳤다.
이 그림도 당시 감정 결과 1억5,000만원이나 평가되고 미술사적 가치가 많아 보존시설이 완벽한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이관하게 된 것이었다. 황량한 벌판에서 지내던 목동(牧童)이 귀가(歸家)한 셈이다.
떠나보낼 때는 그렇게 섭섭했지만 이제 여러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속에 재회하게 되니 정부문화재산의 체계적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재삼 느낄수 있었다. 비바람이 치는 험한 환경에 방치된 귀중한 미술품은 전문미술관에서 관리하도록 귀가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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