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公자금 손실부담의 원칙

전국이 붉은색으로 물들었던 지난 6월, 뜨거운 월드컵 열기 속에 묻혀 지나버린 뉴스들이 있다. 정부가 외환위기와 함께 투입한 156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의 상환대책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며 진행된 구조조정은 다소의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전세계에서 유례 없는 경제 회복을 이끈 견인차로 평가된다. 적기에 적절한 공적자금의 투입을 통해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제고함으로써 실물경제가 조기에 회복되고 대외신인도도 끌어올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문제는 그 성과에도 불구하고 69조원은 회수가 어렵다는 점이다. 공적자금에 대한 이자 부문까지 고려할 경우 손실규모의 확대도 불가피하다. 정부는 이에 대해 구조조정의 수혜자인 금융권 및 국민의 부담을 중심으로 손실을 분담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상환대책은 몇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손실분담 원칙으로 제시된 최종수혜자 부담원칙은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제공자인 기업 부문에 대한 부담을 상대적으로 경감시키는 반면 일반 가계의 부담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서 공적자금 유발 주체와 비용부담 주체간에 형평성 문제가 지적된다.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한 부실채권의 90% 이상이 기업 부문에서 발생됐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조세감면 등의 혜택 축소 등을 통한 기업 부문의 손실분담은 아무런 과오 없이 손실을 부담하고 있는 일반 가계에 비해 턱없이 적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기업도 향후 세금부담이 다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리나라의 현행 조세부담 구조하에서 기업 부문의 비중은 전체의 25% 미만에 머무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가계 부문의 손실분담은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한 면이 있다. 금융기관에 대한 손실분담 또한 재고될 필요가 있다. 물론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구조조정은 대부분 금융권을 중심으로 수행됐다. 하지만 이는 개별 금융기관에 대해 혜택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통해 국민경제 전반의 경쟁력 제고 및 실물경제의 회복을 도모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동안 금융기관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나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실물경제의 견실한 회복이라는 목적의 수행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특히 금융기관 자체가 이미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손실을 부담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금융기관은 감자, 경영진 교체, 종업원 감축 등을 통해 일차적으로 손실을 분담했다. 14개의 은행을 비롯한 620개에 달하는 금융기관이 퇴출됐으며 30%에 가까운 인원이 직장을 잃었다. 예금보험료율의 인상 등 준조세적 성격의 비용인상을 통한 손실분담 방식 또한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간신히 회생하고 있는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보험료율의 인상은 비용 상승을 낳고 결과적으로 부담이 예금주 등 가계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금융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저하시켜 공적자금 회수규모를 축소시킬 수도 있다. 공적자금의 회수율이 높았던 노르웨이나 스웨덴의 경우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의 가치를 최대한 높임으로써 전체적인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택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융산업이 달성한 최대의 성과는 관치금융의 배제 및 책임경영체제의 구축, 수익성 중심의 경영 등으로 대변되는 시장원리가 적용되는 금융환경의 조성이라고 볼 때 정부의 상환대책은 형평성의 문제뿐만 아니라 새롭게 정착하는 금융구조조정의 정신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공적자금 상환대책의 초점은 손실의 분담에 맞춰지기보다는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적극적인 회수방안에 모아져야 한다. /고성수(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