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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본전쟁-한국의 길을 찾는다] <8> 대세가 된 해외펀드

해외투자 일본 3분의 1 수준… 글로벌 자산분배로 수익률 높여야

日 펀드 해외투자비율 32%… 한국은 12% 안팎에 그쳐

美·英 등보다도 크게 낮아

노무라운용 리서치센터 등 체계적 시스템 롤모델 삼아

업계 전문인력 등 육성 시급


"수익률을 보다 끌어올리려면 해외투자를 하셔야 됩니다."

일본의 증권사 영업점에서 만나는 프라이빗뱅커(PB)가 고소득 투자자에게 가장 많이 전하는 말이다. 20년 넘게 1% 이하의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일본에서는 해외투자가 필수로 자리 잡고 있다. 일본투신협회에 따르면 일본의 공모펀드 자산 중 해외투자 금액은 지난해 기준 30조5,810조엔(약 288조5,070억원)으로 전체의 32.7%를 차지한다.

일본 노무라자산운용의 대표 해외투자 상품인 '미국 하이일드 채권 펀드'의 총자산(AUM)은 올 1·4분기 기준으로 138억달러(약 16조1,764억원)에 달한다. 미국의 투기등급 회사채를 모아 구성한 것으로 25년 동안 네 차례를 제외하면 매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후사 하지메 노무라자산운용 일본주식운용 총괄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투자자들에게 해외펀드 상품을 적극 소개하자 많은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과는 달리 한국의 전체 공모펀드 자산 대비 해외투자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줄곧 하락해 지난해에는 12.1%(22조9,310억원)까지 떨어졌다. 금융투자협회 조사연구실 관계자는 "해외펀드에 대해 비과세 혜택이 제공되던 2007년에는 비중이 32%까지 상승했으나 계속 하락 추세를 보이며 일본의 3분의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주요국의 해외투자 비중도 한국보다 높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해외투자 비중은 13%에 불과하다. 영국(162%), 프랑스(103%), 독일(82%), 미국(55%) 등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코스피지수가 최근 5년 동안 2,000포인트 안팎에 머무르고 기준금리도 1.5%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투자자산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 정부도 6월 말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을 통해 1인당 3,000만원 한도로 해외펀드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해외 주식형 펀드 투자자는 매매·평가차익에 대해 15.4%의 세금을 내야만 했다. 이에 반해 국내 주식형 펀드는 매매·평가차익에 대한 세금이 없다. 국내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해외펀드 투자에 나서기를 꺼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가 세제혜택까지 부여하기로 하면서 해외투자에 있어서 투자자산을 발굴하고 자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 하지만 국내 자산운용사 중에서 해외투자 자산을 직접 관리할 수 있는 곳은 손에 꼽힐 정도다. 현지 인력도 부족한 탓에 투자 운용을 직접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편이다.

대부분 현지 대형 자산운용사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홍콩에서 만난 중국남방자산운용사(CSOP)의 한 관계자는 "중화권에서는 규모는 작더라도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펀드매니저가 높은 수익률을 거두는 편"이라며 "무조건 업계에서 규모가 큰 자산운용사에게 투자를 맡긴다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신인석 자본시장연구원 원장은 "노무라자산운용의 경우 계열사인 노무라펀드리서치앤드테크놀로지(NFR&T)를 통해 펀드에 담을 상품에 대해 철저한 연구·조사를 진행한다"며 "이러한 체계적인 조직이 뛰어난 성과의 밑바탕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펀드 분석·평가 업무를 전담하는 NFR&T는 2000년 설립됐으며 노무라자산운용의 '싱크탱크' 역할을 한다. NFR&T는 영국 런던에 지점, 미국 뉴욕에 법인을 각각 두고 해외자산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부 국내 대형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도 NFR&T의 사례를 본받아 펀드 리서치 조직을 내부에 설치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2,510억달러(약 294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미국의 누버거버먼은 소속 펀드매니저의 평균 근속기간이 12년이 넘는다. 펀드매니저가 해외시장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살펴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반면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월 말 기준으로 국내 53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공모펀드 기준)의 평균 근무기간은 5년3개월로 조사됐다. 누버거버먼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미국 뉴욕 누버거버먼 본사에서 만난 에릭 크누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펀드매니저들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중장기적으로 경제 개혁에 나서고 있는 인도나 인도네시아 같은 국가에 대한 투자를 세밀하게 검토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팀장 손철 증권부 차장대우, 김현상기자(서울), 서민우기자(베이징·상하이·도쿄), 노현섭기자(자카르타), 송종호기자(뉴욕), 지민구기자(런던·프랑크푸르트)·박준석기자(싱가포르·홍콩) runir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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