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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에 거는 작은 기대

스위스 등 산악 지형이 많은 유럽으로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면 궁금해 하면서 공통적으로 묻는 질문이 있다. “왜 저런 그림 같은 집들이 우리나라에는 없을까?” 우리나라는 산지가 국토의 70%를 차지함에도 자연경관과 어울리는 주택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집들의 대부분이 펜션(pension)으로 불리는 고급 민박 주택임을 확인 할 수 있다. 펜션은 원래 유럽에서 은퇴한 사람들이 연금(pension)으로 생활을 하면서 경치 좋은 곳을 돌아다닐 때 묵는 곳이다. 이런 펜션이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다. 일본의 경우 1970년경에 도입된 펜션이 현재 4,000여 곳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2000년 제주도개발특별법을 통해 제주도에 처음으로 도입된 이래 최근 몇 년 사이에 전국적으로 상당수의 펜션이 공급되었다. 정확한 통계 수치가 없어 확인할 수는 없지만 관련 자료 분석결과 최근 공급된 펜션이 약 400여 곳에 이르며 이 가운데 60% 가량이 경기도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펜션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것은 주5일 근무제의 도입과 수도권 광역교통망의 확충 등에 힘입은바 크다. 그러나 저금리와 아파트의 지속적인 가격상승으로 인해 부동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이 더 큰 동인(動因)이라고 할 수 있다. 펜션은 살고 싶은 집에 살면서 돈까지 벌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이라는 측면에서 매력적이다. 수익형 부동산이다 보니 이왕이면 겉보기에도 좋아야 하는데 펜션의 경우 주변 환경에 따라 목재, 통나무, 흙 등의 다양한 건축 재료를 선택할 수 있어 보기에도 좋은 건축이 가능하다. 펜션주택의 외관이 시선을 끄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펜션이 최근 개발에 탄력을 받고 있다. `관광펜션업`을 관광편의시설업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관광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 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펜션 투자에 대한 신뢰도가 이전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관광펜션의 기준은 3층 이하 건축물에 객실은 30실 이하다. 현행의 7실보다 규모면에서 약 4배 이상 큰 규모이다. 투자매력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따라서 개인 뿐 아니라 기관의 투자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펜션 및 전원주택이 산림을 훼손하며, 양호한 자연경관을 해치는 난개발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 펜션이나 전원주택을 공급하는 업체의 대부분이 자본금 규모가 작은 영세한 업체이며, 공급세대수가 작고 대부분 대지조성사업을 통해 공급하는 까닭에 조성한 대지 판매가 용이하지 못할 경우 사업 장기화가 불가피하며, 경우에 따라 업체의 도산으로 현장이 그대로 방치되어 흉물스럽게 남아있기도 하다. 입지 자체가 점(点)적이고 산발적인 까닭에 처음부터 난개발의 여지도 있다. 난개발 가능성 등 우려 속에서도 펜션이 올바르게 정착하기를 바라는 것은 펜션의 순기능에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펜션의 주된 이용 단위는 가족이다. 가족 간의 화합을 위해 떠나는 여행에 2층 단독주택형태의 현재 스케일(scale)은 안성맞춤이다. 대부분의 펜션이 도시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공간적인 거리에 입지한다는 것 또한 너무 장거리가 아니라는 점에서 적당히 매력적이다. 그리고 펜션은 공간적으로나 시각적으로 도시와 농촌을 잇는 전이지대에 위치하면서 시각적인 연속성을 확보해준다. 그 역할이 긍정적이다. 또한 펜션은 아파트로 채워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주택재고를 미미한 수치로나마 순화시키고 있다. 주택의 다양화에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주택보급률 100%를 달성한 가운데 아파트 거주비율이 50%를 넘어섰다. 이 수치는 당분간 현상을 유지하거나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이율배반적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대지(大地)로의 회귀를 펜션이라는 복합체적 공간을 통해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 갈망하는 듯하다. 이를 혹자들은 소비의 양면성으로 설명한다. TV의 한 프로그램을 보는 와중에도 이쪽저쪽으로 채널을 돌리는 재핑(zapping)을 시도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고즈넉한 전원에 있고 싶은 그런 심정으로 펜션을 찾는 듯하다. 이런 까닭에 환금성과 안정성이 다른 상품에 비해 아직 떨어짐에도 전원에 거주하면서 부수입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펜션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이현(R2Korea 사장ㆍ도시계획학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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