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그룹이 웅진코웨이 매각 대상자로 KTB PE 대신 MBK파트너스를 선택한 것은 자금 조달이 늦어질 경우 유동성 악화에 봉착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용등급 강등으로 재무구조 악화를 우려한 웅진그룹이 MBK파트너스를 선택함으로써 자금 유입 시기를 한달 이상 앞당기고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한 자금조달이 아닌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매각으로 현금 유입규모를 늘리면서 재무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웅진홀딩스는 웅진코웨이 지분 28.4%(2,187만9,304주)를 1조939억원에 MBK파트너스 2호 사모투자펀드(PEF)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16일 공시했다. 윤석금 웅진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친 매각대상 지분 30.9%의 가격은 1조1,915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당초 웅진 그룹은 웅진코웨이 지분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사모펀드인 KTB PE를 선정하면서 자본금 6,000억원 규모의 SPC를 설립하고 웅진과 KTB가 각각 4대 6의 비율로 출자하기로 했다. 웅진코웨이 경영권은 웅진그룹이 유지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지분 매각이 아닌 투자유치였고 웅진그룹으로 유입되는 현금 규모는 2,400억원의 납입 자본금을 제외할 경우 약 7,000억원 가량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지난 8일 신용평가사들이 캐시카우인 여전히 재무건전성 개선효과가 미흡하다며 웅진홀딩스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강등하자 웅진 그룹 내에서 재무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됐다.
궁지에 몰린 웅진 그룹은 지난 13일 KTB PE 측에 자금 납입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지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KTB PE가 신규 법인(SPC)설립과 투자유치, 당국 승인 등의 절차를 거치려면 자금 유입은 빨라야 10월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웅진 그룹은 14일 KTB 측에 다른 인수 후보와 매각 협상을 진행해도 되는지 의견을 물었다. 사실상의 우선협상기간 종료 요구였다. KTB 측은 “당초 우선협상기간은 9월말까지였지만 웅진홀딩스의 신용등급 하락과 극동건설 관련 차환(리파이낸싱) 일정 등에 따른 웅진그룹의 급한 자금 사정을 감안해 우선협상 기간을 종료하기로 뜻을 같이 했다”며 “이번 지분 매각 딜은 종료됐지만 앞으로 웅진그룹의 기업 정상화 과정에서 포괄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우선협상 종료 하루 만에 MBK와 주식매매계약(SPA) 체결까지 성사시킨 데 대해 웅진 측은 “협상대상자가 GS리테일, 중국 콩카, KTB PE 등으로 바뀌는 동안에도 MBK파트너스는 꾸준하게 협상 제안을 해왔고 물밑에서 상당한 의견 조율을 마쳤다”며 “MBK는 이미 설정된 펀드 약정액이 6,500억원에 달하는데다 이번 딜에 필요한 자금 모집이 이미 완료된 것으로 알고 있어 9월말까지 무리없이 자금유입이 완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웅진그룹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는 대체로 우호적이다. 웅진코웨이는 건설ㆍ태양광 업황 부진으로 재무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웅진 그룹 리스크를 벗어난 동시에 기존 경영진을 유지하면서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평가다.
웅진 그룹 역시 현금 유입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데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준섭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시장에 알려진대로 수백억원 규모의 브랜드 로열티와 재매각시 우선매수청구권 부여 등의 조건을 제공받았다면 웅진그룹으로선 최선의 딜을 성사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반면 증시에서는 기업 인수합병(M&A)에 따른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기대감과 매각 이후 경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감이 동시에 반영되면서 웅진홀딩스와 웅진코웨이 모두 혼조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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