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시장의 신용 경색이 지속되면서 신용 콜 거래가 급감하고 채권을 담보로 단기자금을 주고받는 RP(환매조건부 채권매매)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RP 시장은 금융사간 자금 과부족을 해결하고 1주일, 1개월, 3개월 등 단기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단기금융시장(Money Market)으로 우리나라는 그동안 하루짜리 돈을 주고받는 콜 시장만 비대해지면서 단기금융시장이 낙후돼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RP 거래는 금융사가 보유한 채권을 거래 상대 금융사에 맡기고 자금을 바빌려오는 것으로 만기가 1일부터 3일, 5일, 1개월, 2개월 등 다양해 선진국에서는 단기금융시장의 꽃으로 불리고 있다. 4일 금융계에 따르면 RP 거래액은 지난해 1월 3,300억원에서 올해 1월 16조9,200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꾸준히 늘어 9월말 51조9,5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9월말 기준으로 RP 거래액은 지난해 1월 대비 무려 157배 팽창했다. 반면 신용 콜 시장은 하루 거래량이 9월 초까지만 해도 35조원 안팎이었지만 리먼 브러더스 부도 사태 이후 금융사간 신용 경색이 확산되면서 23조원으로 뚝 떨어졌다. 금융연구원의 이규복 박사는 "글로벌 신용경색, 특히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금융위기 우려가 커지면서 신용으로 거래하는 콜 시장이 위축되는 대신 채권을 담보로 주고받는 RP 거래가 활성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등 당국이 신용경색에 빠진 자금시장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RP 거래를 통해 금융사에 유동성을 지원하고 있는 것도 RP 거래가 확대되고 있는 이유중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즉 한국은행, 증권금융이 은행 등 금융사가 가지고 있는 국채, 은행채 등을 담보로 유동성을 지원하고 금융사는 이를 바탕으로 또 다시 금융사간에 RP 거래를 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RP 거래가 국채, 통안채 등 정부채 위주이고 회사채 등 크레딧물(비 정부채)로 확산되지않고 유통량이 많지않아 단기금리 지표 역할을 하지 못하고있지만 정부가 RP 시장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점차 거래도 늘어나고 있어 단기금융시장의 한 축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되고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RP 거래가 채권별로 다양하지 못하고 만기별로 금리 체계가 형성되지 못했다"며 "하지만 정부가 RP 거래 활성화를 위해 제도 정비에 나서고있고 자산운용사 등을 중심으로 RP 거래를 늘리고 있어 시장이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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