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가 고공행진을 계속하자 수출업계가 반사이익을 기대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출업계는 일본산 제품과의 주요 경합 지역인 미국ㆍ유럽ㆍ아시아 시장에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고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여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국의 주요 수출품이 일본산 부품ㆍ소재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다 일본도 장기적 엔화강세에 대한 체질개선에 성공했기 때문에 지난 1980년대 중후반의 1ㆍ2차 엔고 때와 같은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기업들 "공격적 마케팅 펼칠 기회"=수출업계는 해외시장에서의 경쟁환경이 얼마나 유리해질지 단언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일본 업체들이 마케팅 부문에서 공격적 전략을 펼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출업계는 이번 엔고 기조가 길어질 경우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여 시장점유율을 높인다는 전략을 마련했다.
자동차업계는 도요타 등 일본 완성차 메이커들이 미국 시장에서 벌이고 있는 무이자 할부, 현금할인 등 강력한 인센티브 정책을 축소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ㆍ기아차는 오는 9월 첫 출시하는 신형 에쿠스를 시작으로 신차 마케팅을 강화해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철강업계도 신일본제철ㆍJFE스틸 등 일본 메이커들이 중국ㆍ동남아 시장 등에서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이 지역에 대한 마케팅 역량을 집중해나갈 방침이다.
조선업계는 중형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에서 일본 업계와 경합하는 중소형 조선소들의 수주 환경이 유리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엔고 영향 제한적일 수도=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엔고의 반사이익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일본 업체들이 수출시장에서 제품가격을 올릴 가능성은 거의 없고 마케팅 축소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엔고를 극복해나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박기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수출시장에서 일본 제품 가격이 바로 오른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더구나 일본 기업들은 장기적인 엔고에 이미 내성을 갖췄기 때문에 당분간 어려움을 이겨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일본 업계가 이미 1980년대 중반 이후 엔고 등을 이유로 대거 해외에 진출한 점도 엔고의 부정적 영향을 줄여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 박 연구원은 "일본 업체들은 최근 10년 이상 내수불황이 이어지면서 끊임없는 해외투자와 역외생산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어 이번 엔고에 대한 나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산 부품ㆍ소재 수입비용 늘어나=일본산 부품ㆍ소재에 대한 의존도가 큰 수출업종에서는 엔고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엔화가치 상승에 따라 수출시장에서는 유리해질 수 있으나 일부 부품 및 원자재 수입비용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 또한 일본에서 휴대폰 배터리나 카메라 모듈 등의 부품을 수입하는 비용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조선업계도 국내 공급량 부족으로 일본산 후판을 써야 하는 터라 비용부담이 다소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연구원은 "한국 수출품의 부품ㆍ소재가 일본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한국의 수출이 늘어날수록 대일적자가 늘어나는 구조"라면서 "부품ㆍ소재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장기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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