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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생보사 상장 미루기만 할건가
입력2000-08-23 00:00:00
수정
2000.08.23 00:00:00
[사설] 생보사 상장 미루기만 할건가생명보험사의 상장문제만큼 난제인 현안도 드물다. 벌써 10년이 넘게 계속되고 있는 논쟁이 불거진 것은 지난해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자동차 부채해결을 위해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를 출연한 것이 계기였다.
정부가 삼성차 부채정리 지원 차원에서 오랜 논쟁을 접고 상장을 허용하기로 했지만 막대한 상장 이익(재평가차익)을 계약자에게 배분하는 방법을 놓고 연구기관과 업계, 계약자가 첨예한 대립을 보여온 것이다.
금융연구원과 생보사 상장자문위원회가 상장이득의 약 20~30%를 주식으로 계약자에게 나눠주는 방안을 건의한 데 대해 업계는 주주의 재산권침해라며 신주공모를 계약자에게 우선 배정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당국은 4차례의 공청회에서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외국계 컨설팅사에 의뢰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8월 말까지 최종방안을 확정키로 했었다. 사안의 성격상 이같은 신중한 자세는 공정성시비를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자세로 볼만했다.
그렇지만 정부는 재평가차익을 자본전입하면서 계약자에게 일부 주식을 나눠주는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는 분석이 나돌았다. 업계의 주장이 일부 타당하더라도 엄청난 상장이익을 재벌이 독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의 기존 입장은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이 생명보험사의 상장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취임 후 골치아픈 현안을 차일피일 미루지않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자세는 바람직하다. 생보사상장이 아무리 급해도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는 입장도 이해할 만하다. 현행법상 사기업에 주식을 강제배분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생보사상장의 경우 법과 원칙에 너무 얽매이면 결과적으로 업계의 입장만 강화시킬 가능성이 없지않다. 그러면 상장이익 분배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무너져 계약자의 집단소송 등 극심한 혼란을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필요하다면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계약자 몫을 찾아주면서 주주의 동의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새로운 방안마련이 쉽지않은 만큼 무엇보다 거듭 연기돼온 생보사상장이 내년 이후로 대폭 연기되지않을까 우려된다.
생보사 재평가차익 과세연기 시한이 2002년으로 연기되었다고 하나 삼성자동차 부실해소를 위해서는 더 이상의 연기는 곤란하다고 본다.
당국은 현금배당·청약우선권 배정 등 다양한 방안을 신중히 검토해 가급적 이른 시일내 방안을 확정해야 할 것이다. 미룬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미룰수록 더 꼬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입력시간 2000/08/2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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