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경제민주화 타령 이제 그만] 미국·중국·일본 줄줄이 규제 혁파하는데… 한국만 거꾸로 행보

오바마정부, 제조업 위해 투자 걸림돌 제거<br>中도 기업 스스로 변화 유도 안정성장 도모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창의와 혁신을 기본철학으로 한 '근혜노믹스'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서울경제DB


"지금처럼 기업과 기업인들이 국감이다 뭐다 정치ㆍ사회적 압력에 억눌려 있는데 무슨 창조경제가 됩니까. 아이디어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나오는 것 아닌가요."

4대 그룹의 한 기획담당 임원은 이번 국정감사에 대한 산업계 전반의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오랜 경제민주화 논의로 기업인이 마치 죄인처럼 취급 받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기업이 창의적이고 공격적인 경영을 할 수 있겠냐는 말이다. 그는 "국내에서는 그저 지키는 경영에 치중할 계획이고 기회는 해외에서 엿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것이 경제민주화 논의가 1년이 넘은 현재 기업들의 현실이다. 경제민주화 논의는 건설적인 변화들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구호로만 맴돌았고 이는 결국 기업의 활동만 위축시켰다. 반면 미국과 중국ㆍ일본 기업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투자활성화ㆍ규제완화 시급=미중일의 산업정책은 기업활성화를 통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노린다는 프레임이 동일하다. 경제민주화 논의에 빠져 기업의 창의성이 후진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한국 상황과는 정반대다.

이 때문에 창의와 혁신을 뼈대로 한 근혜노믹스를 하루빨리 가동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ㆍ기아차를 제외한 대다수 한국 기업이 국제경쟁력을 잃어가는 상황을 더 이상 지켜만 봐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업의 자유를 지원해주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전용덕 대구대 무역학과 교수는 최근 칼럼에서 "억압된 분위기나 규제 위주의 환경에서는 창조적 아이디어가 나오기 어렵다"면서 "또한 과도한 규제는 그것을 회피하기 위한 시간과 자원을 소모시켜 생산성을 낮춘다"고 역설했다.

한 사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한국의 대기업들은 규제에 순응하는 것을 택하지 않고 금권과 인맥을 이용해 성공적으로 규제를 회피하고 무력화시켜왔다"면서 "경제민주화 논의의 중심이 지금처럼 규제에 머물 경우 똑같은 결과가 되풀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국내 TV시장에서 삼성과 LG가 때로는 볼썽사나울 정도로 치열하게 싸워왔고 지금도 경쟁하고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세계 시장에서 소니를 꺾은 원동력"이라면서 "전 산업에서 규제의 장벽을 걷어내 경쟁을 유도하면 성과를 낸 자가 보상을 얻는다는 경제정의도 뒤따라온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은 대통령의 리더십만이 지금까지의 소모적인 경제민주화 논의를 끝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4대 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근혜노믹스를 가동하기 위한 박근혜 대통령의 설득과 방향 제시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리쇼어링 유도, 중국은 규제완화=반면 미국에서는 신흥시장과 선진국의 임금 갭(gap)이 줄면서 생산공장을 해외에서 자국으로 이동하는 '리쇼어링(reshoring)'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제조업 부흥을 위해 과감한 규제완화를 단행한 결과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동차산업을 부활시켜 일자리를 늘렸고 셰일가스 산업을 지원해 철강 등 전ㆍ후방산업까지 활성화시켰다. 2011년에는 스티브 잡스 당시 애플 최고경영자(CEO)에게 "아이폰을 미국에서 생산하면 안 되냐"고 직접 묻기도 했다. 결국 잡스의 뒤를 이은 팀 쿡 CEO는 6월 '맥북'을 미국에서 생산하겠다고 선언, 오바마의 리쇼어링 정책에 힘을 실어줬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한 후 다소 노골적인 보호주의 성향 발언도 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로 기업을 억누르는 한국의 실정과는 정반대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국무원 총리의 성을 딴 '시리노믹스'를 뚝심 있게 펼치며 기업을 돕고 있다. 경기부양책을 자제하고 성장모델을 전환해나가겠다는 큰 그림 아래 규제를 완화해 기업들이 스스로 변할 것을 유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경제의 중심을 저임금 수출 기업에서 고부가가치 내수 기업으로 바꾸겠다는 것이 시리노믹스의 지향점이다. 중국의 성장률이 5분기 연속 7%대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시리노믹스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최근 다수의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체질개선을 통한 안정적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일본 기업은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아베노믹스의 영향으로 이익규모가 급격히 늘었다. 올해 2ㆍ4분기 제조업 경상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1.5%나 증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