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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5월 15일] 고유가 위기를 기회로

[시론/5월 15일] 고유가 위기를 기회로 조용성 (고려대 교수ㆍ식품ㆍ자원경제학) 석유가격이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서면서 제3의 석유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유가 현상의 원인을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찾아보면 우선 신흥공업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의 경제성장에 따라 석유를 포함한 화석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전세계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 고갈성 자원으로 대표되는 석유가 그 사용의 끝을 보이기 시작함에 따라 공급량 확보에 대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수요증가의 원인이다. 공급 측면에서는 새로운 유전의 발견이 한계에 도달하고 있고 남미에서 시작된 자원민족주의가 전세계 자원보유국으로 확산돼 가면서 고유가 행진에 기름을 붓고 있다. 석유위기는 지난 1970년대에도 있었다. 제1, 2차 석유위기를 겪으면서 세계 각국은 석유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결국 많은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에너지 절약, 대체에너지 개발, 산업구조의 전환 등 다방면에서 석유위기에 대한 대응능력을 키워왔다. 이러한 노력으로 과거와 달리 연일 치솟는 유가의 영향을 우리가 생활하면서 크게 실감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작금의 고유가 현상은 과거 석유위기 때와 달리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장기화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고유가 위기 타개책으로는 자원외교 등을 통한 공급량의 안정적인 확보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것이다. 독일ㆍ일본 등 선진국들은 오래 전부터 태양광ㆍ풍력ㆍ수소에너지ㆍ연료전지 등을 화석에너지 대체 에너지원으로 인식하고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보급 확대에 많은 투자를 해오고 있다. 1차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비율을 살펴보면 독일 3.5%, 일본 3.7%, 프랑스 6.2%인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 10년 동안 2%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따라서 장기적인 안목에서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술의 개발과 보급 확대가 필요하며 아울러 국내 신재생에너지 시장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신재생에너지 외에 고유가 위기를 근본적으로 타개해나갈 수 있는 대안은 산업구조를 전환하고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제1, 2차 석유위기를 거치면서 산업구조를 에너지 다소비산업 중심에서 고부가가치산업 중심으로 전환해가고 있다. 2006년 기준 화학ㆍ철강ㆍ비금속광물 등 에너지다소비형 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일본 5.4%, 미국 3.9%인 반면 우리나라는 9.3%를 차지하고 있다. 또 동일한 가치의 물건을 생산하는 데 소요되는 에너지 양 역시 선진국에 비해 약 2배 내지 3배 정도 높아 상대적으로 에너지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과거의 석유위기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오면서 좋은 성과를 보여왔으나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처럼 선진국들과 우리나라의 차이가 발생하게 된 것은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을 수 있으나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낮은 에너지 가격이다. 특히 전기요금의 경우 주택ㆍ일반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요금의 58% 수준이며 산업용 전력요금 역시 OECD 평균 가격의 80% 수준이다. 또 주택ㆍ일반용 전기요금은 원가의 약 115% 내지 134%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산업용 전력가격은 원가 대비 96% 수준으로 매우 낮게 책정돼 있다. 낮은 전력요금은 우리나라 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들의 복지를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그러나 낮은 요금체계는 소비자들에게 에너지를 절약하고 낭비를 없애도록 하는 유인 효과가 낮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산업체 역시 에너지 절약을 위한 노력이 상대적으로 작으며 지속적으로 화석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높게 하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장기화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고유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에너지를 저렴하게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탈피해야 한다. 이제는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되 소비자를 비롯한 기업이 에너지를 절약하고 고효율기기를 사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적정 가격 수준에서 공급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전력가격의 경우 시장기능을 강화해 그 본래의 기능인 시그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소비자와 기업들 역시 에너지 가격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과거와 달리 낮은 에너지 가격, 저렴한 전력 가격으로는 지금의 고유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이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에너지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산업구조를 전환하고 전력요금을 새롭게 조정하는 것은 당장은 비용이 많이 들고 생활에 불편함을 초래하지만 더 나은 미래 그리고 우리의 다음 세대를 위해 꼭 필요하며 감내해야 할 과제다. 우리의 다음을 위해 지금 허리띠를 졸라매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가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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