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김승웅 휴먼컬럼] 최상이란 무엇인가

지난 주 이 칼럼난에 쓴 '이집트 왕자'에 대해 내 친구로 부터 심한 규탄을 받았다. 그역시 언론인이다. 지난 주의 글 '이집트 왕자' 는 출애급의 주인공 모세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내가 정작 말하려던 주제는 단순한 모세의 소개가 아니라 이 성서적 인물 모세를 커버 스토리로 다룬 미 시사주간지 타임의 대담성과 순도높은 저널리즘을 말하기 위해서였다. 성서적 인물이 저널리즘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문성과 과학적 접근방식,그리고 그 기자가 속한 매체의 권위를 필요로 한다. 비 기독교 신자들도 독자가 되기 때문이다.매주 타임이나 뉴스위크 등 미 저명 주간지의 커버스토리는 엄밀한 편집회의를 거쳐 보통은 1년전, 짧아도 6개월 전에 그 소재가 이미 선정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취재를 담당한 기자는 1년 가까이를 그 소재 하나에 매달려 집중취재를 벌이게 된다. 그 방면에서는 전문가 이상이 되는 만큼 그가 쓴 기사 한토막 한토막을 미국의 우수한 대학교수들이 강의록에 담거나 인용하는 이유는 이런 전문성 그리고 그 매체가 지니는 권위에서 기인한다. 단일치기 식의 특집 또는 기획물을 다뤄 온 한국 저널리즘의 크게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 내 글의 요지였고, 내 친구의 규탄은 "당신 주장이 말이나 되는 애기냐!"였다. 친구는 예를 들어 나를 맹박했다. 나의 그런 요구가" 가진 거라곤 활주로와 간이 공항청사뿐인 아프리카 토후국의 항공당국에게 미 보잉사(社)의 제품 과정을 강조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 는 면박이었다. 백보를 양보해 "민항기 정도는 만들줄 아는 일본에서라면 어느 정도 들어 먹힐 얘기" 라고 그는 빈정됐다. 일본 연수 경험이 있는 이 친구는 구체적으로 저명한 일본 신문의 논설진들 사이에 오는 2000년 원단(元旦)의 사설을 누가 집필할지 그 순서까지 이미 결정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언론 실태는 어떤 실정인가. 논설위원을 역임한 이 친구의 설명은 듣기에도 민망할 정도다. "새해 사설은 으레 섣달 그믐날 회의에서 결정된다. 그것도 서로 안쓰려 핑계 대기에 바쁘고 어젯 밤 술이 덜 깼기 때문이라는 핑계도 곧잘 나온다" 최상(最上)이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무엇이 우리를 최상을 향하도록 발돋움 시키는가. 며칠 전 서울 인사동 골목 한식집에서 들려준 여자 주인의 말이 인상적이다. 독특한 음식 맛으로 단골 손님이 끊이지 않는 한식집이다. 그녀는 손님이 끊기지 않는 비결로 맛보다 정성을 더 쳤다. 그녀는 상위에 오른 복껍질 무침을 가리키며 "이 복껍질과 미나리를 나는 미리 무쳐 놓지 않습니다. 손님이 일단 방에 드시고 나서 무쳐 내도록 주방에 지시를 해 둡니다. 김치도 마찬가지예요. 썰어 논 김치가 아니라 반드시 막 썬 김치가 나옵니다" 그게 그거 아니냐는 반무에 주인은 정색을 했다. "무슨 말씀.손님들이 그 맛의 차이를 알아요 제 장사 밑천은 손님들이 그 차이를 안다는 걸 제가 아는 것 뿐 입니다" 최상(最上)의 지향과 탐색은 현대 경영학의 요체다. 이 질문에 대한 고전적인 답의 하나가 장인(匠人)의식이었다. 요즘 와서는 장인 의식보다 인간의 심성을 강조하는 주장도 유력하다. 지난 4-5년간 미 전역의 베스트 셀러이자 클린턴 대통령과 깅리치 전 하원의장이 미국민 모두의 필독의 책이라 격찬했던 하버드 대학 스티븐 코비 박사의 저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7HABITS OF HIGHLY EFFOCTIVE PEOPLE)에 등장하는 성공의 요체 역시 인간의 (착한)심성 그리고 그 개발이다. 그러나 앞서 인사동 한정식 주인이 육듀로 파악한 성공비결 만큼 젓실하게 와 닿지는 않는다. 나의 정성이 결국 고객에게 알려지고 만다는 것,그리고 이를 신념으로가 아니라 하나의 확신으로 파악하는 것이 성공 요체다. 최상은 그런 의미에서 지혜다. 지금 미국에서 발간되는 신문의 총 가지수는 2,000여종에 이른다. 이중 거개가 지역신문이다. 최대 투수를 자랑하는 로스앨젤리스 타임스는 물론 정론지로 소문 난 뉴욕 타임스나 워싱턴 포스트 모두가 우리로 치면 지방지로,평균 100만부 미만의 발행 부수에 불과할 뿐이다.이에 반해 우리로 치면 '시시한'주간지에 그쳐야 할 타임의 전세계 판매량의 400만부 뉴스위크가 350만,유에스 뉴스 월드 리포트가 250만에 이른다. 커버스토리 한편에 1년 남짓을 투자하는 기자들의 땀방을 덕분이다. 더 중요한 것은 손님들이 그 짠맛을 알고 읽는 다는 점이다. 친구 언론인의 규탄에 아란곳 하지 않고 한국 저널리즘을 향해 또 한차례 촉구한다. 짠맛을 내는 언론기관이 어서 등장하라고. /김승웅(언론인)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