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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패전일 야스쿠니 찾은 아베 정권의 폭주

일본이 기어코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한국과 중국의 반대에도 아베 신조 내각 각료 3명이 패전일(종전기념일)인 15일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했다. 아베 총리는 참배 대신 공물을 보내는 꼼수를 부렸다. 제사에는 못 나가지만 비용의 일부를 내며 대리 참배한 것이다. 미국이 경고를 보냈는데도 이 정도다.

야스쿠니신사에 대신 보낸 보좌관을 통해 아베는 직접 참배하지 못한 점을 사과했다고 한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이달 초 일본에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지 않았다면 아베는 십중팔구 직접 찾아갔을 것이다. 아베는 전국추몰자 추념식에서 한술 더 떴다. 일본의 침략으로 고통 받은 주변국에 사과했던 역대 총리들과 달리 "2차대전에서 사망한 310만명의 군인과 민간인들의 희생 위에 우리가 향유하는 평화와 번영이 있다는 사실을 한번도 잊은 적이 없다"고 말해 전범들까지 치켜세웠다. 일본제국주의 침략으로 학살 당하고 고통 받은 아시아 각국에 대한 사과는 한마디도 없었다.

안타깝게도 아베 정권의 우경화 행보는 일본 국민 틈으로 독버섯처럼 스며들고 있다. 각료들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찬성(37%)이 반대(24%)보다 13%포인트 높았다는 점은 일본의 군국주의화가 거대한 흐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지난 2006년 같은 설문에서는 반대(50%)가 찬성(40%)을 웃돌았었다.



사태가 이렇다면 정부는 보다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에서 밝힌 '과거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일본 정치인들의 용기 있는 리더십' 촉구 정도로는 부족하다. 정부와 시민단체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채널을 통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과 공동으로 일본의 과거사 망각과 왜곡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우리 자신부터 침략의 고통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아베 정권의 몰역사성보다 나쁜 것은 과거를 무감각하게 바라보는 우리 자신이다. 역사를 망각하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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