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선택은 우리에게 기초연금 같은 대규모 재정이 드는 복지정책은 정부 빚이 아니라 증세 등으로 확실한 재원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는 교훈을 던져준다.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가 지난 1997년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소비세를 인상(3→5%)했다가 경기침체로 이듬해 사퇴한 후 일본의 역대 정권들은 저항이 큰 증세나 연금감축보다 국채발행을 통해 나랏빚을 키우는 쉬운 길을 걸어왔다. 그 결과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250%에 육박해 증세와 복지축소를 하지 않으면 신용등급 하락, 국채값 폭락을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아베가 '총리들의 무덤'으로 불려온 소비세율 인상을 추진할 수밖에 없고 연금수령액을 이달부터 평균 1%포인트 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기조는 증세 대신 국가채무만 늘려온 일본의 과거 모습과 판박이다. 박 대통령은 경기ㆍ세수 부진에도 불구하고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주겠다는 공약에 집착해 국민행복연금위원회의 건의안보다 임기 중에만 3조5,000억~7조원이 더 드는 정부안을 내놓았다. 그러다 보니 임기 내내 적자살림이 불가피하고 국가채무가 내년 515조원, 오는 2017년에는 610조원으로 불어난다. 정부가 빚을 내서 하는 무리한 복지를 구조조정하거나 증세를 통해 확실한 재원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까닭이다. 공약만 생각하고 국민의 반발을 두려워하면 다음 정부와 미래세대를 불행하게 할 뿐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