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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거시통계의 함정

3ㆍ4분기 경제성장률 8.2%, 분기 노동생산성 8.1% 증가, 분기 기업 수익 증가율 30%, 11월 구매관리협회(ISM) 제조업 지수 20년만에 최고, 일자리 3개월째 증가…. 요즘 미국에서 쏟아지는 거시경제통계는 마치 90년대말 초유의 호황기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기를 측정하는 주요 수치들 대부분이 20년만에 가장 높은 기록을 보이고 있다. 2001년에 마이너스 1% 미만의 완만한 경기침체를 겪었다면, 지금 나타나고 있는 수치들은 초유의 호황에 진입했음을 입증하는게 아닌가. 그러나 기업들은 아직도 실업자를 쏟아내고 있고 금리는 45년만에 최저, 미국 경제의 힘을 자랑하는 달러는 유로 출범후 5년만에 가장 낮은 바닥을 기고 있다. 이처럼 미국 경제에 관한 수치와 현실 사이의 현격한 괴리는 통계 수치에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높은 성장률의 배경이 되고 있다는 생산성 통계에 함정이 있다. 미국 근로자의 80%가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고 있고, 제조업의 경우에도 화이트 컬러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제조업의 블루 컬러들은 노동시간과 산출량의 계산이 확실하게 나오지만, 이들이 미국 경제에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극히 낮다. 따라서 실측 방법이 어려운 서비스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생산성 통계는 믿을 수 없다는 게 모건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의 주장이다. 기업 수익 증가도 그렇다. 수요가 창출돼서 기업의 매출이 늘어나고 수익이 증대돼야 하는데, 지금의 수익 증가는 기업들이 설비를 줄이고 직원을 잘라서 생긴 것이다.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다는 주장에도 의심의 여지가 있다. 불경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사회보장제를 확대, 장애인 연금 청구자들이 늘어났고, 두번의 전쟁을 치르면서 군인 수요가 늘어났다. 10년전에는 장애인과 군인이 실업자에 포함됐으나, 최근에 통계방법을 바꾸면서 이들을 실업군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이 같은 거시통계의 문제점을 인정하더라도 현재 미국 경제는 지표상으로 회복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2001~2002년의 미국 경제가 완만하게 침체했다는 지금까지의 공식 주장과 달리, 깊은 침체를 겪었다는 새로운 시각이 설득력을 얻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의문점들로 인해 지금의 지표상 회복이 미국 경제의 구조적 회복을 의미하는지는 시간을 두고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학인기자 leej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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