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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정쟁 파국치닫나] 옐친-공산당 극한대립

러시아 국가두마(하원)가 13일 보리스 옐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에 착수, 러시아 정국이 끝없는 파국의 무한궤도에 올랐다.크렘린궁과 의회간 대립구도는 지난 93년 의사당 포격 사건 때와 같은 극한 대치도 예상되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러시아 정국은 옐친에 대한 두마의 탄핵안 표결 결과에 따라 대체로 5~6가지 방향으로 전개된다. 우선 국가두마가 옐친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하는 상황이다. 탄핵안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로 이송돼 법률 심의를 거친 뒤 상원인 연방회의 표결에 부쳐진다. 의결 정족수인 재적 3분의2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옐친의 탄핵은 최종 확정된다. 하지만 탄핵안이 상원까지 통과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 절차가 1년 이상 걸릴 수 있는데다 옐친 진영이 상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세르게이 스테파신 총리 지명자가 국회의 인준을 받지 못하고 탈락할 수도 있다. 옐친은 우선 지난해 9월 예브게니 프리마코프를 대타로 내세워 국회내 공산당과 타협했듯이 일단 양보하고 새로운 후보를 찾으려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테파신을 고집하면 정국은 상반된 두 개의 헌법조항간 힘 겨루기에 따라 좌우된다. 먼저 국회가 대통령 탄핵을 결정했을 때 대통령은 국회해산권을 잃게 된다는 헌법 109조에 따라 옐친이 국회 해산권을 잃는 대신 공산당이 정국을 장악하는 상황이 그 하나다. 또다른 경우는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을 규정한 헌법 111조에 따라 대통령이 지명한 총리를 국회가 3차례 거부한 뒤 대통령이 국회를 해산하고 조기총선에 들어가는 상황이다. 이중 어떤 조항이 우선권을 갖는지는 논쟁거리지만, 일간 시보드냐는 『러시아 정치 풍토에서는 이런 형태의 문제는 힘에 의해 해결돼 왔다』고 지적했다. 국가두마가 15일로 예정된 탄핵 투표를 연기하거나 의결에 실패하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두마를 장악한 공산당은 의결 정족수인 3분의2를 확보하는데 실패할 것을 우려, 투표를 연기하는 대신 친공산당계 인물을 후임 총리감으로 지명하도록 옐친에게 요구할지도 모른다. 실제 국가두마가 탄핵 의결에 실패하면 칼자루는 곧바로 옐친의 수중으로 넘어간다. 이런 상황이라면 옐친은 고의적으로 의회가 수용할 수 없는 총리후보를 끝까지 고집하며 의회를 해산해 놓고 새롭게 틀을 짜려 할 것이다. 옐친 진영이 가장 선호하는 시나리오다. /문주용 기자 JYMO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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